최근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로 한창 혼란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으로 확정됨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이에 대한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동안 “상가를 포기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실무 관행이 오랜기간 이어져 왔다.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정관에서 상가조합원이 상가분양권을 사실상 포기할 경우 주택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규정되어 있었고, 많은 조합이 이를 근거로 비교적 완화된 정족수로 정관을 개정하거나 사업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무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도시정비법령의 내용과 달리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정관을 두거나 이를 근거로 권리를 인정하려면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이는 과거 대법원이 “상가소유자에게 주택소유자와 동일한 순위로 주택분양권을 부여하는 것은 조합원 전체의 권리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전원동의가 필요하다”고 본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예외도 존재한다. 대법원은 동일한 판결에서, 주택을 분양받고 남은 잔여 물량을 상가조합원에게 공급하는 경우까지 전원 동의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이는 기존 주택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보충적 공급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인지” 아니면 “남는 것을 배분하는 것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기준으로, 종전자산의 권리가액과 분양주택의 최소분양단위규모 추산액 비율을 정하는 문제에 관하여, 원칙적으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사전에 가중 정족수에 준하는 조합원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에는 과반수 동의로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른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권리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경우라면 전원동의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보다 완화된 정족수로도 가능할 수 있다.
재건축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다. 편의나 관행에 기대어 정관을 작성하기보다는, 각 규정이 조합원 간 권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상가조합원과 주택조합원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가를 포기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 이면에 있는 법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글 = 김택종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tjkim00@centrolaw.com),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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