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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행부는 괴롭다…무차별적 정보공개, '관련 자료' 기준은?

  • 등록 2026.08.07 14: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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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서 정보공개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별개로 한 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운영규정 및 정관, 용역업체 선정계약서, 각종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회계감사보고서, 월별 자금의 입·출금 세부내역 등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경우 15일 이내에 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은 ‘관련 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시행령 제94조 제1항에서 제124조 제1항 제11호에 따른 서류 및 관련 자료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연간 자금운용계획 등 일부 항목을 열거하고 있을 뿐, ‘관련 자료’ 전반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제124조 제4항은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서류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를 요청한 경우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 역시 그 범위가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는 정보공개 청구를 받을 때마다 해당 자료가 공개대상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이 사후적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과 다를 경우 형사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법은 서류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개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법정기간 내 판단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실무상 부담도 적지 않다.

 

문제는 제재의 무게이다. 제124조 제1항에 따른 공개의무를 위반하거나 제4항에 따른 열람·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138조 제1항 제7호). 더 나아가 도시정비법 제43조 제1항 제5호는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조합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현직 조합임원이 이러한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당연퇴임한다.

 

따라서 정보공개의무 위반으로 인한 벌금형은 단순히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현재의 조합임원 지위를 상실하고, 향후 10년간 다시 조합임원이 될 수 없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중대한 제재가 예정되어 있다면 무엇이 처벌대상인지는 더욱 명확하여야 한다. 죄형법정주의상 형벌법규는 국민이 어떠한 행위를 하면 처벌받는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대법원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의무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였다.

 

대법원은 제124조 제1항에서 정한 서류나 관련 자료가 작성되어 존재한 바가 없다면 그 미공개를 이유로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열람·복사 요청 당시 현존하지 않는 서류나 자료에 대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124조 제4항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법률에 명문의 근거가 없이 ‘작성의무’까지 인정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3도16588 판결). 이 판결은 단순히 하나의 정보공개 분쟁을 해결한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형사처벌이 결부된 정보공개의무의 범위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입법적으로는 제124조의 ‘관련 자료’,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와 같은 추상적인 문언을 삭제하거나, 공개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누구나 공개범위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법률에 명확하게 열거되지 않은 ‘관련 자료’의 미공개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역시 법치주의의 원칙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처벌과 조합임원 자격상실이라는 중대한 효과까지 부과하는 현행 정보공개 제도는 이제 입법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관련 자료’와 같이 불명확한 개념을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입법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글 =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yjbeol@centrolaw.com)

송광호 기자 sgh5316@housing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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