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중첩된 인접 구역이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지정고시되면서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한 곳이 있다. 이를 두고 법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공성이 가진 사업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비사업의 목적이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기능의 회복인 만큼, 지역주택조합 사업보단 공공재개발 사업의 명분이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11일 법조계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피고(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계획 구역지정·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취소' 청구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원고는 강동구 일대에서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로, 그간 조합원 모집과 토지사용권원 확보 등 상당 기간 사업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주택 사업지와 중첩된 인접 지역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고, 이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역지정 고시도 받았다.
이에 원고 측은 "사업이 진행 중인 구역엔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질 수 없다"며 "지정 되더라도 지주택 사업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추가로 원고 측은 "신뢰보호, 비례의 원칙 역시 위반됐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주장에 "정비사업은 노후·불량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고,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과 가치 증진을 도모함에 목적이 있다"며 "지주택 사업은 정비계획이 예정하지 않는 사업이므로, 정비구역 내 정비사업과 지주택 사업은 양립할 수 없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어 "종합적, 장기적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공공성을 가진 사업은 무엇보다 중요한 성격을 띈다"며 "일방의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한다고, 다른 일방의 진행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또 법원은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공재개발 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가 소유주들로부터 과반수 동의를 얻어 정식으로 사업승인을 받았을 뿐더러, 극심한 노후화로 해당 구역의 정비사업이 시급하단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지주택 추진위가 여태 주택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참작됐다.
정준우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판시한 핵심 법리는 행정계획의 이익형량 원칙과 사업 간 양립불가 원칙이며, 동시에 정비구역 지정과 같은 행정계획에 관하여 행정청에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과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경합할 경우, 공공성의 측면에서 정비사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법원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도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조합원 모집 신고의 수리는 구 주택법상 형식적 요건의 충족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행정청이 정비구역 지정 처분을 자제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사업의 계속적 추진을 보장하는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뢰보호의 원칙이 위반되지 않았다고 봤다"며 "향후 유사한 사업 간 충돌 사례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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