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의 '정보공개 의무'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사업시행자가 총회의사록,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 등 정비사업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합원 등의 열람·복사 요청에도 응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특히 조합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이러한 정보공개 의무는 조합임원에게 부과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조합임원의 지위 자체가 나중에 문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로 판단되거나, 조합임원을 선임한 총회의결이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조합임원은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될까?
먼저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라면 해당 조합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조합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 조합의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로 선임된 사람 역시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임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바,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 역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조합임원을 선임한 총회의결이 나중에 무효로 판단된 사안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조합임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정보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이후 자신을 조합임원으로 선임한 총회의결이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애초부터 적법한 조합임원이 아니었던 만큼 정보공개 의무 위반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임원으로 선임된 사람은 그 의결이 무효인 경우에도 적법한 의결에 의하여 선임된 조합임원과 동일한 권한을 실제로 행사하는 경우가 있고,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의 공개를 강제하는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및 제4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람을 그 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조합임원으로 선임한 총회의 의결이 나중에 무효로 확정되더라도 그 이전에 이루어진 범죄의 성립이 소급하여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정리하자면, 조합설립인가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조합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할 조합임원도 존재할 수 없다. 반면 조합이 적법하게 존재하는 상태에서 임원 선임 과정에 하자가 있는 경우라면, 실제로 조합임원으로 활동한 이상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으로 보인다.
정보공개 의무 위반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합이나 조합임원으로서는 관련 법령과 판례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도시정비사업 분야의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글 = 이에스더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sther021261@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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