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 영향이 가속화됨에 따라 정비사업을 둘러싼 비용 부담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성수4구역 경쟁에 나선 대우건설은 '사업기간 단축'에 초점을 맞춰 막판 조합원 표심 사로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공사도급계약서 체결까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입찰제안서를 공사도급계약서에 모두 반영해 제출했다는 점도 사업기간 최소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건설은 입찰제안서 내용을 공사도급계약서에 반영해서 제출하지 않았다.
공사도급계약서는 입찰제안서를 구체화한 문서(결과값)로 보면 된다. 시공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의 맨 뒷 페이지를 살펴보면, '본 제안서는 계약서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공사도급계약서 체결을 위한 세부조건 협의에 들어간다. 이때, 입찰제안서를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시공사로 뽑힌 이후에는, 뽑히기 전과 비교할 때 시공사의 협상력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우건설은 입찰제안서 상 핵심 조건인 ▲사업비 대여금리(CD+0%)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유예(12개월) ▲사업촉진비(2억원) 조기지급 등의 구체화된 수치를 모두 명확하게 공사도급계약서에 기재했다. 이외에도 확정 관리처분일(2027년 6월)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지체 보상금을 매달 15억원 책임지겠다는 점,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 금리차액을 부담하겠다는 점도 비교표에선 삭제됐지만, 공사도급계약서에는 포함시켰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입찰공고 당시 제시한 공사도급계약 원안을 모두 수용하되,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될 수 있는 금융조건들을 숫자로 기재한 건 사업기간 단축과도 관련돼 있다. 롯데건설은 입찰제안 조건들을 공사도급계약서에 반영해서 제출하지 않은 점이 대비된다.
서초구 핵심 사업장으로 알려진 곳은 작년 8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마쳤으나, 아직까지 공사도급계약서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 결렬로 인해 공사도급계약서 체결이 무기한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이 입찰제안서 내용을 공사도급계약서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건, 관리처분일을 2027년 6월로 명시한 것과도 관련돼 있다. 관리처분(안)을 수립하는 주체는 조합이며, 인허가를 관장하는 곳은 구청이다. 시공사는 인허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문구를 입찰제안서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갈음한다. 대우건설은 선언적 문구 대신 약속한 관리처분일이 지연될 경우 매달 지체보상금(15억원)을 부담하겠다며 약속했다.
정비사업은 100% 외부 조달(대출)을 통해 진행되는 구조라 사업기간에 비례해 증가하는 이자부담이 상당히 크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조합원들의 분담금 절감을 위한 공표인 셈이다. 실제 성수4구역은 올해 하반기 사업시행계획(안) 수립 및 인가, 조합원 분양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4개 사업장은 암묵적인 속도 경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목동6단지를 수주한 DL이앤씨는 총회에서 목동 이주 1등을 약속했다. 관청에서 전세난을 고려해 각 단지별 이주 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만큼, 사업기간 단축에 방점을 둔 설명으로 조합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DL이앤씨는 총회 상정된 공사도급계약서에 ▲사업비 금리(CD+0%)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ESC) 500억원 자체 부담 등의 핵심 사업조건들을 모두 명확히 기재했다. 목동6단지는 가장 먼저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DL이앤씨는 경쟁입찰이 치열했던 압구정5구역에선 '압구정 지구 내 최초 이주개시'를 보장함과 동시에 최초 이주 조건이 실현되지 않았을 경우 공사비 관련 비용을 150억원을 차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확정 관리처분일 보장 약속과 함께 지키지 못할 경우 패널티를 제안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조건이다. 사업기간이 곧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결정짓는 요소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조합원들의 자금 운용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제안 조건도 관심사다. 대우건설은 공사도급계약(안) 체결 후 1억원, 관리처분계획(안) 인가 후 1억원을 조기 지급하겠다는 금융 조건을 내걸었다. 명목상 대여금 형태지만, 2억원 가량의 목돈을 운용해 수익을 내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원주민보다 투자자 비중이 많은 성수4구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상 '절차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임을 감안할 때, 결국 조합과 시공사가 상세 협의를 거쳐 날인하는 공사도급계약서는 가장 중요한 서류에 해당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이 금융전쟁으로 불리우는 까닭은 사업기간에 비례해 늘어나는 이자부담이 조합원들의 분담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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