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금청산은 ‘돈을 받는 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재개발사업에서 현금청산 문제가 발생하면 흔히 청산금액에 관심이 집중된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감정평가가 적정한지가 당사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의 입장에서 현금청산은 단순히 청산금을 지급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언제까지 조합원이고 어느 시점부터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총회 의결권을 비롯한 조합원의 권리·의무를 확정할 수 있고, 이후 보상절차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 못지않게 ‘언제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었는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이 중요한 이유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아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사업시행자는 분양공고와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조합원은 정해진 기간 내에 분양신청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법원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보고 있다.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20두48031 판결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이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 현금청산대상자가 되고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단하였다. 중요한 것은 실제 청산금이 지급되는 시점이 아니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은 아직 종전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합원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결국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와 조합원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는 구별해서 판단해야 한다.
3. 조합원 지위를 잃으면 총회 의결권도 잃는다
이러한 구별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조합원 지위의 상실은 총회 의결권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 현금청산대상자가 되고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이후 개최되는 총회에서 원칙적으로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의사 정족수에도 산입되지 않는다). 조합의 입장에서는 특히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현금청산대상자를 계속 조합원으로 취급하여 총회에 참석시키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면 총회결의의 적법성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대법원 판결에서도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사람들이 이후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문제되었다. 다만 자격 없는 현금청산대상자가 의결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총회결의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의결권을 제외하더라도 법정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지, 그 의결권 행사가 결의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되면 조합은 단순히 현금청산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후 총회를 준비하면서 조합원 명부, 총 조합원 수, 의결권자와 의사·의결정족수 산정에 현금청산대상자의 지위가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그러나 현금청산자가 정비사업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조합이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해서 정비사업과 관련된 모든 법적 지위와 권리까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금청산대상자가 여전히 정비구역 내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조합원 지위와 별개로 ‘토지등소유자’의 지위가 문제될 수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4항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토지등소유자’도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금청산대상자가 조합원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직 토지등소유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의 적법한 정보공개 요청까지 당연히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점은 조합 실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조합원이 아니다’라는 것과 ‘정비사업에 관한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합은 현금청산대상자의 총회 의결권과 토지등소유자로서 법률이 인정하는 권리를 구별하여 처리할 필요가 있다.
5. 사업시행계획을 다시 수립하면 조합원 지위도 살아나는가
드물지만, 조합 실무에서 더욱 주의해야 할 경우가 있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이후 그 분양신청절차의 근거가 된 사업시행계획이 사업시행기간 만료나 폐지 등으로 실효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향하여 효력이 발생할 뿐이므로 그 이전에 발생한 조합관계 탈퇴라는 법적 효과가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이미 상실된 조합원 지위가 자동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현금청산대상자에게 다시 분양신청 및 조합 재가입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조합은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한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현금청산대상자를 곧바로 조합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분양신청과 조합 재가입의 기회를 부여하더라도 실제 조합원 지위의 회복 여부는 현금청산대상자의 의사와 판례가 제시한 법리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6. 현금청산자가 정해진 다음에는 ‘기간’이 중요하다
조합원 지위를 정확하게 판단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현금청산 절차의 진행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3조는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 등과 토지·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손실보상을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부터 미리 협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법이 정한 기간을 넘긴 경우에는 지연일수에 따른 이자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금청산대상자가 언제 되는가’와 ‘언제 청산금에 관한 협의 및 후속 보상절차를 진행해야 하는가’ 역시 구별해야 한다.
7. 현금청산은 결국 ‘지위 관리’의 문제다
현금청산은 흔히 청산대상자의 재산권과 보상금액의 문제로 설명된다. 그러나 조합의 입장에서는 현금청산대상자의 법적 지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분양신청기간이 종료되면 누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는지를 확인하여 총회 의결권과 정족수 산정에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한편 조합원 지위를 상실했더라도 여전히 토지등소유자의 지위에 있다면 법이 인정하는 정보 접근권 등은 별도로 보장해야 한다. 이후에는 법정기간에 따라 협의와 수용재결 등 후속 절차도 적시에 진행하여야 한다.
결국 현금청산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조합원 명부에서 이름 하나를 삭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는 언제 소멸하는지, 토지등소유자로서 어떠한 권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지,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보상절차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구별하여 처리하는 문제다. 정비사업은 수많은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하나의 절차 안에서 조정하는 사업이다. 현금청산대상자의 지위를 잘못 판단한 것이 총회결의나 후속 사업절차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현금청산에서는 금액만큼이나 ‘시점’과 ‘지위’가 중요하다. 어떤 권리는 사라지고 어떤 권리는 남는지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 그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정비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글 = 이희창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chang@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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