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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의도는 대교가 부럽다

  • 등록 2024.04.02 0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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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내에서도 경쟁입니다. 영등포구청은 행정적으로 지원할 뿐 의사결정은 주민 분들의 몫이죠. 저도 시범아파트 조합원인데, 이해상충 이슈가 있어 직접 보고를 받지도 결재하지도 않습니다. 초고령 사회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필요합니다. 좋고 나쁨의 이슈가 아닌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기부채납 시설은 결정되어야 하죠. 시범은 (신속통합기획 반대) 현수막도 보이던데, 대교가 부럽기도...(하하)"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이달 1일(월) 여의도 대교아파트 주민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교아파트 정비계획 변경(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최 구청장은 본인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조합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청은 구민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역할이지 앞장설 수 없음을 밝혔다. 초고령 사회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어르신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주민들과 공유했다.

 

필자는 창립총회 때보다 대교아파트의 순부담율이 5%p 많아졌음을 인지하고, 기부채납 양과 종류가 궁금해 현장을 찾았다. 다만 기부채납 부분을 발표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말이 있다. 바로 부러움이다. 뭘 부러워하는 것일까. 시범, 삼부, 한양, 공작 등 저마다 가진 고유 장점과 색깔이 있기에 여의도 주민들은 함부로 이웃 아파트를 판단하지 않는다. 대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된 건 눈에 보이는 속도가 아닐까 싶다.

 

재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은 목숨보다 소중한 자산을 조합에 위탁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것 하나 쉽게 가는 일이 없다. 하지만 대교는 신탁에서 조합으로 선회한 뒤, 상가를 제척하는 과감한 결단까지 단행했다. 추진위원회부터 창립총회, 조합설립인가도 눈 떠보니 이뤄졌다. 정비계획 변경(안) 수립도 일사천리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빠르게 보여줬다.

 

대교의 힘은 정희선 조합장을 필두로 한 조직력(組織力)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작년 12월 대교아파트가 창립총회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보도자료란, 공식 입장을 언론사 기자들에게 작성해 달라고 보내는 자료다. 기자들은 제도권에 있는 기관 보도자료 외에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내용의 진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내용들로 가득차, 스팸함으로 이동시키는 게 다반사다.

 

대교는 조금 달랐다. 수신인(대교)의 입장이 아닌, 발신인(기자)의 입장을 심사숙고한 티가 났다. 보도자료 양식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모두 신뢰감을 갖기에 부족함 없었다. 사진을 별첨파일로 보내줬고, 받는 기자들의 이름도 모두 숨은참조로 처리했다. 웬만한 기업 홍보팀보다 세심했다. 대교는 창립총회 때부터 ▲컴플라이언스 ▲재무 및 자금 ▲대관업무 ▲사업전략 ▲대외홍보 등 이른바 R&R(역할과 책임)이 명확했다.

 

이후에도 보도자료는 항상 타이밍 맞게 메일함에 도착해 있었다. 정비계획 변경(안) 공람공고가 있기 하루 전, 대교는 언론을 활용했다. 영등포구청과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내용, 협력업체(에이앤유디자인·도시디자인공장 등)의 헌신적인 과업 수행을 칭찬하는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대교의 보도자료를 사용했다. 에이앤유와 도시디자인공장은 얼떨결에 공짜 홍보효과까지 누린 셈이다.

 

주민설명회 때 정희선 조합장을 바라봤다. 역시나 예상대로 앉아만 있지 않았다. '학교 일조권 사선 침해'와 관련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필자는 예전부터 어설프게 알고 이야기하는 걸 제일 위험한 행동이라고 여겨왔다. 그간 주민설명회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도 "검토해 보고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이다. 정희선 조합장은 어떤 답변도 뭉뚱그려 대강 이야기하지 않았다. 명확한 근거가 항상 뒷받침됐다. 평소 고민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A조합원이 경전철 서부선을 한양아파트와 함께 지하로 연결시켜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냐고 질의했다. 에이앤유와 도시디자인공장이 답변을 한 이후, 조합장이 보강 답변했다. 도로점용료 사용에 따른 주민 부담을 고민해야 하며, 고려는 해보겠지만 무작정 검토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장미아파트와 화랑아파트의 높이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이웃 단지들의 건축 관련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단호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답변을 마치고서는, 잠시 호흡을 고르는 차원에서 영등포구청 담당 주무관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격려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수장의 모습이었다. 

 

몇 가지 일화만으로 대교아파트와 정희선 조합장을 판단할 수는 없다. 결국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내느냐 여부 외엔 중요한 가치가 없는 냉정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대교아파트를 볼 때마다 의구심보다 기대감이 먼저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는 조합원이 아닌데도, 배울 수 있을 거 같은 조합장을 만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진심이다. 정희선 조합장이 대교에 보여줄 진심을 응원한다.

진현우 기자 jinbio92@housing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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