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이촌동 리모델링의 대표주자격인 이촌현대아파트가 이촌르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8월 건축허가를 받은 이촌현대는 현대건설(현대자동차그룹 소속)과 HDC현대산업개발(HDC그룹 소속)이 분리되기 이전에 '현대건설' 이름으로 지은 최초의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조합설립인가 후 16년 만에 첫 삽을 뜬 이촌현대를 시작으로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4일 정비업계 따르면 이촌현대는 기존 8개동에서 9개동, 최고층 15층에서 25층으로 바뀌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기존 8개동은 그대로 15층을 유지하며 수직증축은 하지 않았고, 대신 25층 높이의 별동 건축물을 짓게 된다. 이촌현대는 기존 용적률 약 230%로 지어진 터라 재건축을 하기엔 사업성이 부족해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같은 해 준공된 렉스아파트는 용적률이 약 180%로 사업성 여유가 있어 래미안 첼리투스로 재건축됐다.
이촌현대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온 20여년 간 건설사가 3차례나 바뀌는 굴곡진 운명을 겪었다. 2006년 조합설립인가 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속도감 있는 사업 전개가 이뤄졌지만, 2008년 구분소유자들이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리모델링 행위 허가 단계에서 주민동의서를 징구하지 않았고, 조합 측이 총회 의결로 갈음한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리모델링 허가 취소 판결은 받은 2008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해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도 중단됐다. 이후 2014년 주택법 개정으로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사업이 재개됐고 2015년 리모델링 업계 강자인 포스코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과 시공비 증액을 두고 의견차를 줄이지 못했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운 롯데건설로 교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촌현대는 조합설립인가부터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을때까지 빠른 속도를 보였지만, 소송 패소와 함께 글로벌 경제위기에 봉착하면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 단지"라며 "한 차례 긴 공백기와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이촌현대는 르엘이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사이 이촌현대 옆 아파트 단지들이 조합설립인가와 동시에 시공사를 선정하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부이촌동에서 용산공원에 인접한 아파트 단지는 총 6개로, ▲이촌현대아파트 ▲코오롱아파트 ▲이촌강촌아파트 ▲한가람아파트 ▲이촌우성아파트 ▲한강대우아파트 모두 리모델링을 추진하거나 혹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중 연식이 가장 오래된 이촌현대는 오는 2025년 준공을 예정으로 착공에 들어갔고, 코오롱아파트와 이촌강촌아파트, 한가람아파트는 2021년 하반기 모두 조합을 설립했다. 이촌우성도 지난해 조합이 설립됐다.
이들 모두 조합이 설립되자마자 조합원 총회를 통해 대형 1군 건설사들을 시공사로 낙점했다. 다만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열위에 있는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건설사들도 경쟁입찰에 뛰어들어 수주경쟁을 하기보다 사이좋게 1곳씩 선점하며 수의계약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촌우성아파트도 2차례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 체결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대우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추진위원회 요청으로 지난해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며 눈독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단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가람아파트는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맞아 본격적으로 안전진단 단계를 준비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시공사 선정 단계에 접어들자 반신반의했던 주민들도 조금씩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가람아파트는 처음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때 조합원 수가 1,415명이었으나 최근 변경인가를 받을 때에는 1,499명으로 집계됐다. 약 80여명이 찬성 의견을 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