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힘겹게 얻어낸 한남2구역 시공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 조합원들이 이달 26일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과의 계약 해지 여부에 어떤 표심을 드러낼지 정비업계 관심이 쏠린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8 프로젝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시공권 반납을 불사할 정도로 전사적인 역량을 쏟은 만큼 총회 결정 이후에도 한동안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정비업계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이달 26일(토)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이 보내온 도급계약서를 통해 시공권 해지 여부를 조합원들의 투표에 맡길 예정이다. 앞서 조합은 ▲118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기 ▲118 프로젝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손실보전 내용 ▲118 프로젝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불구, 조합원들이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했을 때 손실보전 내용 등을 대우건설에 요청했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118 프로젝트와 관련해 유의미한 성과를 조합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시기를 명확하게 규정함과 동시에, 이달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이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의결할 경우 손실보전 내용도 요청했다. 대우건설의 귀책으로 인해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빚어지게 될 사업기간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해서 도급계약서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수주를 위해 제안한 '118 프로젝트'는 재정비촉진계획(안) 상 높이계획(90m)을 118m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조합의 원안설계를 획기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고, 조합원들의 설계 변경에 대한 염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제안 취지다. 건폐율은 32%에서 23%로 약 9%p 낮추고, 최고층수 14층에서 7개층이 상향 조정된 21층 설계를 통해 랜드마크 명품단지로 만들겠다는 게 세부 내용이었다.
당시 경쟁사였던 롯데건설은 사업 조건의 실현가능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비방전이 오갈 정도로, 118 프로젝트는 수주 경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화두였다. 이주비 또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150%, 최저 10억원을 보장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뒤따랐다. 대우건설은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인허가 의사결정권자였던 서울시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높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재정비촉진계획(안)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한남뉴타운의 높이 규제 완화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의 경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90m 높이 기준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람공고를 마친 남산 고도제한 관련해서도 한남뉴타운 높이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말 재정비촉진계획(안)을 변경한 한남4구역도 기존 95m에서 73m로 줄어들었다.
대우건설의 한남2구역 사례와 마찬가지로 도시계획 변경을 전제로 대안설계(혁신설계 포함)를 제안했다가 시공권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 흑석뉴타운 내 흑석9구역에서 롯데건설은 수주 경쟁을 펼칠 때, 서울시의 고도제한(25층 이상 건축 금지) 규정을 넘어서는 사업계획을 제안했지만 끝내 지키지 못해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설계변경으로 인해 사업기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정비계획의 상위계획(도시계획) 변경을 전제로 한 수주경쟁은 가장 최근 압구정3구역 설계 경쟁에서도 이뤄졌다. 희림건축사사무소-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 상 용적률 300%보다 60%p 많은 360%를 제안했다. 당시 희림은 용적률 60%p를 추가 확보하면서 일반분양을 통한 매출액 증대는 물론, 1:1 재건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전 세대의 전용면적이 1.1배 늘어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고발조치까지 하는 등 입찰 중지 지침이 내려졌으나, 압구정3구역은 희림-나우동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아파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의 2022년 공사실적은 4조7,684억원으로 GS건설(4조6,229억원)과 현대건설(4조6,173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전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선 2022년(6위)보다 3계단 올라간 3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정비사업에서 상징성이 큰 한남2구역 시공권을 내려놓을지 여부가 올해 남은 하반기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