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계획 변경(안) 동의서를 징구한다는 등기 우편물이 또 왔습니다. 1년 전 정비계획 변경(안) 동의서 냈는데, 또 다른 내용으로 동의서 내라고 합니다. 은광교회 제척으로 사업성 떨어지는 건 아쉽지만, 어차피 제척해야 될 거 빨리 진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올해는 아무런 사업 진척이 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합원들 모두 속상해 합니다. 시간은 재개발 편이 아닌데,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흐르네요"
27일 불광5구역 조합원 A씨는 최근 조합으로부터 한 통의 등기 우편을 받고 아쉬운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쳤다. 불광5구역 조합은 2023년 12월자로 정비계획 변경(안) 입안을 위한 동의서 징구(조합원 동의율 3분의2 필요)에 착수했다. 주요 변경사항은 ▲정비구역 변경(117,939㎡→115,949㎡) ▲평균층수 계획 삭제(평균 18층→최고 35층)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적용(공공보행통로 8%+열린단지 5%=총 13%) 등이다.
정비계획 변경(안) 내용을 살펴보면, 은광교회 종교부지(2,485㎡)를 제척하고 현황도로 일부를 포함하는 게 골자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상 일률적이었던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최근 서울시 정책변화에 발맞춰 층수를 바꾸는 안도 들어갔다. 기존에 없던 허용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상한용적률을 236%에서 250%로 14%p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광교회 제척에 따른 사업성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다.
조합원들도 조합의 사업성 보완을 위한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시행계획(안) 인가 후 계속해서 늘어지는 사업기간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안) 입안을 위한 동의서는 지난해에도 걷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안) 입안을 다른 내용으로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계획업체 용역비용을 차치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사업이 계속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조합원 B씨는 "은광교회 제척 후 빠르게 진행했어야 할,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업무는 현재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동의서를 징구 중인 정비계획 변경(안)이 그대로 입안이 되고,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광교회 제척으로 구역계에 구멍이 난 것도 마음 아픈데, 하릴없이 계속해서 시간만 흐르는 거 같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정비계획 변경(안) 연혁을 살펴보려면, 지난 2021년 7월 정기총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불광5구역은 2021년 정기총회에서 은광교회 소유부지(4개 필지)를 제척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안) 입안 업무를 맡아줄 협력업체와 변경 계약을 체결했고, 은광교회 측에 사업시행계획(안)을 인가받은 후 제척 관련 업무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렸다. 2달 뒤였던 2021년 9월, 불광5구역은 은평구청으로부터 조건부 사업시행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당시 은평구청은 조합이 제출한 이행각서(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전, 교회 부지 제척)를 관계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사업시행계획(안)을 허가해 줬다. 교회 부지 제척을 포함해 이해당사자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민원사항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불광5구역은 조건부 사업시행계획(안) 후 5개월 시점(2022.04) 동의서를 징구했고, 1년 1개월 시점(2022.11) 공람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조합원들한테 안내된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사업대상지 면적은 기존 117,939㎡에서 은광교회 부지 제척으로 1,992㎡가 줄어든 115,947㎡로 변경됐다. 은광교회 부지가 빠지면서 주택공급계획은 기존 2,393세대에서 2,334세대로 59세대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람공고까지 마쳤지만, 끝내 정비계획 변경(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조합은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안)대로 관리처분계획(안) 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안내했다.
은광교회는 올해 5월 교회 제척을 조건으로 사업시행계획(안)을 인가받았는데, 제척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처분계획(안)을 신청하는 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구청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청은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를 조합 측에 안내했으나, 관련부서 협의 결과에 대한 최종 조치계획서를 조합이 내지 않았다고 알렸다. 조합에 이행각서 내용을 관계법령에 적합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올해 9월 조합은 종교시설 협상단을 구성해 달라는 입장을 은광교회 측에 전달했다. 올해 10월 조합은 정비계획 변경(안)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은평구청으로부터 교회 주변 우회도로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우회도로를 반영한 새로운 정비계획 변경(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정비계획 변경(안) 통과 시점을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은광교회는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는 조합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은평구청 앞에서 집회와 촛불시위까지 이어가고 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 변호사는 "은광교회가 제척되기 전, 기존 사업시행계획 원안대로 관리처분계획(안)이 인가되더라도, 현금청산대상자로 분류되는 건 잠정적 현상일 뿐"이라며 "수용재결 업무는 은평구청의 행정작용 범위 내에 있는 업무 특성이기에, 실질적으로 청산절차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평구청이 제척 의지가 있는 이상, 은광교회에 대한 조합의 수용권은 허울 뿐이라, 만약 조합이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명도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전형적 권리남용에 불과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