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1구역과 한남2구역이 시공사들(GS건설·대우건설)의 카카오톡 단체방 운영을 두고 엄중 경고를 내렸다. 시공사들이 법적 기구인 조합에서 운영을 원치 않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무리하게 운영하겠다는 건 분명 현 조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공사들의 조합 패싱 관련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합과 시공사 모두 쉽게 입장을 굽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정비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정비업계 따르면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GS건설에 '시공사 홍보규정 위반에 따른 1차경고'를 공문으로 통보했다. GS건설은 '노량진1구역 소통공간'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어 조합원과 GS건설 직원, 수주 용역 직원 약 500여명을 가입시켰다는 설명이다. 조합 측은 GS건설이 조합과 조합직원, 설계사무소를 비방하면서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노량진경찰서를 통해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점도 밝혔다.
조합은 이달 6일(금)까지 운영 중인 카카오톡 단체방을 폐쇄할 것을 요청했으나, 지켜지지 않아 1차 경고조치(공문)를 진행했다. GS건설이 이달 20일(금)까지 카카오톡 단체방을 폐쇄하지 않을 경우, 홍보규정 위반으로 2차 경고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점도 안내했다. 조합 측은 카카오톡 단체방 운영진(방장·부방장)을 바꾸는 형태로 책임을 회피할 경우에도 2차 경고조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다.
GS건설이 3차례 홍보공영제 위반으로 경고조치를 받을 경우, 입찰자격 박탈과 함께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 노량진1구역 시공사 입찰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11월 20일(월)까지다. 입찰에 참여할 경우, 건설사는 현금(2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300억원)을 입찰제안서 마감일 이틀 전까지 조합에 납부해야 한다. 현재 노량진1구역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수주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한남2구역도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은 대우건설의 카톡방 개설이 집행부와 논의되지 않은 정보 공유로 조합-조합원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법적 문제를 물을 수 있다는 점도 엄중 경고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은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으로부터 받은 개인정보 목록을 활용했고, 직접 초대가 아닌 본인 의사를 물어 확인 후 운영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은 최근 시공사 재신임을 묻는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로부터 1년 간 '118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했다. 118프로젝트는 한남재정비촉진계획(안) 상 높이계획(90m)을 118m까지 완화하겠다고 대우건설이 롯데건설과의 수주경쟁 당시 약속한 사항이다.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원들을 상대로 카카오톡 단체방을 활용하려고 하는 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시공사가 유리한 내용만 일방향적으로 편집해서 전달할 우려도 있지만, 조합을 거치지 않고 시공사 입장을 직접 전달받을 수 있어 오히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다만, 한남2구역은 1년 뒤 '118프로젝트' 달성률을 가지고 시공사 지위 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사업장이라, 카카오톡 단체방 운영 관련해서 조합과 시공사 모두 현재 입장을 쉽게 굽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는 건설사에서 홍보 요원을 풀어 조합원들로부터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다고 간주할 수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한남2구역 사례에서 건설사가 조합으로부터 업무 목적으로 조합원 명부를 받아놓고 조합이 금지하는 형태의 홍보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조합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를 작성할 때, '조합의 승인 없는 카톡방 운영금지'를 분명하게 기재해둬야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추가적으로, 건설사가 조합 직원과 조합원으로부터 명부(연락처 포함)를 받아 사용한 경우에는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입수 경로를 정확하게 밝히는 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례를 살펴보면, 수주업체 직원이 조합 직원으로부터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부를 건네받아 시공사 홍보에 사용한 행위로 인해 처벌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공식 법적기구는 조합"이라며 "조합과 무관한 비공식 소통채널을 시공사가 운영할 경우, 조합원들 간 갈등이 촉발될 수 있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향후 시공사 선정 시기, 카카오톡 단체방 운영과 관련한 홍보지침을 명료하게 만들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로부터 각각 이야기를 전달받게 될 경우,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시공사가 조합이 아닌 조합원들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만만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