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두고 대형 건설사 2곳이 격렬하게 맞붙은 가운데,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조건이 수주 판도를 가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경쟁사 대비 조합원들의 실질 분담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조건을 설계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3일 정비업계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를 위해 평당 공사비 858만원을 제시했다. 경쟁사인 포스코이앤씨(894만원)와 비교할 때, 평당 36만원이 저렴하다. 평당 공사비의 차이는 건축연면적 설계에서 비롯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하공간 효율화 및 상업시설 확대로 분양수입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설계(안)을 마련했다. 조합의 수익을 상승시켜 조합원들의 실질적 분담금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향후 정비계획(안) 변경으로 면적이 늘어날 것을 사전에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최저 이주비로 각각 20억원, 16억원을 제안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규제 지역인 터라, 1세대 1주택의 경우 종전자산평가금액의 50%까지 기본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규제 한도(50%)에는 기존 대출(임차보증금)이 포함된다.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적을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넉넉한 최저 이주비(20억원)를 책정한 건 과소필지 소유주 등을 고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주비 대출이 부족할 경우, 공사기간 머물 수 있는 전세집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의 원만한 이주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사업촉진비' 명목으로 자사 지급보증을 통해 추가이주비를 지원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유효 경쟁입찰이 성립됨에 따라, 일반적인 사업장 내 조건보다 훨씬 유리한 내용이 조합원들에게 안내됐다.
무엇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상권'이 활성화돼 있던 곳이기에, 다수 세입자가 있는 다가구주택이나 상가건물의 경우, 일시에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기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있는 조합원의 경우 이주·철거가 진행되면 담보물(종저자산)이 사라지기 때문에 기존 대출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이주비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대환해야 한다.
이주비 대출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착공가능한 나대지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사업비 대출의 성격을 지닌다. 이주비는 조합원 개개인별로 '필요 여하'에 따라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당초 넉넉한 이주비를 약속한 시공사 조건이 조합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저 이주비 20억원의 파격 조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비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포인트는 공사기간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기간은 42개월로, 포스코이앤씨(47개월) 대비 5개월이 짧다. 공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사업비 및 이주비 대출 기간에 따른 금융비용은 비례해서 누적된다. 이주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조합(사업비 대출)과 조합원(이주비 대출)들의 금융비용은 발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신속한 이주 및 철거, 준공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친다. 짧은 공사기간은 조합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세부 설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제안된 주동 수에서도 차이가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9개 동, 포스코이앤씨는 12개 동이다. 주동 수가 적으면 인동거리가 넓어져 개방감과 조경 면적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팀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단지 내 체류형 조경공간 확보에 힘을 실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번 제안은 용산 터줏대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체 운영중인 용산아이파크몰, 철도병원 부지 개발, 공원 지하화 등 연계 개발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실익을 1순위로 고려한 파격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