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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서 정보공개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별개로 한 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점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운영규정 및 정관, 용역업체 선정계약서, 각종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회계감사보고서, 월별 자금의 입·출금 세부내역 등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경우 15일 이내에 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은 ‘관련 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시행령 제94조 제1항에서 제124조 제1항 제11호에 따른 서류 및 관련 자료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연간 자금운용계획 등 일부 항목을 열거하고 있을 뿐, ‘관련 자료’ 전반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더욱이 제124조 제4항은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서류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1. 차이를 만든 것은 시간이었다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한 사람은 조합원이 되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또 다른 사람은 같은 구역의 비슷한 빌라를 매수했지만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곳은 건물의 규모도 비슷했고, 입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이를 만든 것은 가격도, 건물도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2. 시간은 권리다 재개발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먼저 입지를 떠올린다. 역이 얼마나 가까운지, 용적률은 얼마나 되는지, 향후 개발 가능성은 어떠한지를 살핀다. 물론 모두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도시정비 사건을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조금 다르다. 재개발의 본질은 시간을 기준으로 권리를 나누는 데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단순한 시계의 흐름이 아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이 언제인지, 조합설립인가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언제 고시되었는지와 같은 절차상의 시간은 곧 권리의 기준이 된다. 같은 건물이라도 취득 시점에 따라 조합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가격에 매수했더라도 분양권을 받을 수도 있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재개발에서 시간은 곧 권리다. 3. 변호사
얼마 전 재개발 현장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발표 요청이 있었다. 재개발 구역에서 이른바 ‘독립정산제’ 도입 가능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재건축에서 상가 독립정산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독립정산제를 도입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재개발에서는 논의도 없었을뿐더러, 사례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발표 요청의 배경을 살펴보니, 최근 특정 ‘재개발’ 구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소유한 토지등소유자들이 “우리 땅이 면적이 커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 내는데 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정산을 해야 하느냐”며 ‘독립정산제’ 또는 ‘독립채산제’의 도입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 주장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재개발구역 안에서도 대지면적이 20평인 사람과 100평인 사람이 있고, 이들의 기여도를 면적에 따라 형식적으로만 따져 볼 경우,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사업에서도 독립정산제를 도입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한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정비법의 법적 구조 및 재개발 사업의 법적 성
정비사업에서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의 '정보공개 의무'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사업시행자가 총회의사록,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월별 자금의 입금·출금 세부내역 등 정비사업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합원 등의 열람·복사 요청에도 응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특히 조합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이러한 정보공개 의무는 조합임원에게 부과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조합임원의 지위 자체가 나중에 문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로 판단되거나, 조합임원을 선임한 총회의결이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조합임원은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될까? 먼저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라면 해당 조합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조합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 조합의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로 선임된 사람 역시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임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않는바,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 역시 인정
1. 선도지구 지정 이후 붉어지고 있는 갈등 몇 년 전 우리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하여 2023년 우리 국회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특법’)」을 제정하였다.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통합재건축 지원 등 각종 혜택도 제시했다. 노특법의 제정으로 재건축 사업이 정말 빠르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은 선도지구를 지정받기 위해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선도지구 지정을 받은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성공한 것처럼 뜨거운 축배를 들기도 하였다. 노특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선도지구 지정을 받았던 단지들의 실제 현장에 들어가 보면 과거 축배를 들었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 곳곳에서 “통합재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분당 양지마을 사태를 보면서 “통합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노특법이나 또는 도시정비법이 예상하지 못한 과제들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양지마을은 선도지구 지정과 특별정비구역 지정까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면서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의 대표적인 대장
강남구 청담동 65번지에 소재한 청담진흥아파트가 분리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비계획(안)을 입안권자인 강남구청에 제출했지만, 강남구청은 정비예정구역에 함께 포함돼 있는 삼성진흥아파트가 구역계에서 빠져있다는 이유로 입안 제안을 거부했다. 청담진흥과 삼성진흥은 학동로를 사이에 두고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필지가 나뉘어 있으며, 아파트 내 기반시설 등을 공유하고 있지 않아 별개의 주택단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정비업계 따르면 청담진흥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정비계획(안) 입안 제안을 거부한 강남구청을 상대로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남구청은 청담진흥(청담동65번지)과 삼성진흥(삼성동53-2번지)을 하나의 주택단지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정비계획(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단독 입안을 거절한 것이다. 청담진흥은 구청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보고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담진흥은 자체 단지 내에서 토지등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및 토지면적의 2분의1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해 정비계획(안)을 입안했다. 대상지가 삼성진흥과 다른 별개의 주택단지임을 주장하는 배경으로는 그간 ▲상하수도 ▲통신시설 ▲가스공급
4번째 임기로 근무하던 도중 해임된 전 조합장이 조합을 상대로 퇴직금 정산을 요청한 가운데, 법원은 조합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한 법정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관 또는 업무규정에 퇴직금 지급 규정이 명시돼 있는 만큼, 규정상 상근임원으로 보고 그간의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전 조합장(원고)이 조합(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권' 관련 사건을 두고 조합장에게 4,7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금번 소송의 쟁점사항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첫번째 쟁점사항은 상근임원 여부다. 조합은 전 조합장(원고)이 사무실에 상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조합의 규정상 상근임원·직원에는 ▲조합장 ▲상근임원 ▲직원이 열거돼 있으며, 근무일마다 출근해 일정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근무한 경우를 상근의 의미로 봤다. 1일 8시간 '풀타임(Full time)'을 근무하지 않더라도, 상근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번째 쟁점사항은 퇴직금 정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의 범위다. 원고는 ▲1기(20
세대수를 잘못 산정해 부과된 학교용지부담금은 부적합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세대(건물 소유자)에만 부담금을 부과한 구청의 계산 방식에 오류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법원은 실제 거주자인 세입자 수도 모두 합산해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7일 법조계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원고(재개발 조합)가 피고(대구 구청장)를 상대로 제기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 무효' 건에 대해 원고인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할 땐, 기존 세대 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자인 세입자 세대도 포함시켜 부담금이 과도하게 계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그간 재개발 조합은 구청에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을 다수 납부했다. 분양 조합원 세대(402세대)와 청산 조합원 세대(136세대)만을 포함해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했던 것이다. 조합이 학교용지부담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대략 30억원 이상에 달한다. 이와 관련, 원고인 조합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대상 세대에 '건축물 소유자 세대'와 '세입자 세대' 모두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대수 산정에 오류가 있으므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하 ‘노특법’) 제19조는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요구한다. 올해 8월 4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법에서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뿐만 아니라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재건축사업 및 리모델링사업의 경우 ‘주택단지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요건이 강화됐다. 이는 도시정비법상 재건축 사업의 경우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복리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3분의 1)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과 균형을 이루기 목적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일정한 동의 요건이 충족될 경우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 신탁업자 등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지만, 노특법 제19조 제2항 제4호의 ‘특별정비구역 내의 토지등소유자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한 조합’에서 해당 ‘조합’의 법적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만약 이를 도시정비법상의 조합으로 본다면, 도시정비법상의 조합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전체 구분소유자의 70%’ 및 ‘토지면적 70%’의 동의뿐만 아니라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 요건을 충족
최근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로 한창 혼란이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으로 확정됨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이에 대한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동안 “상가를 포기하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실무 관행이 오랜기간 이어져 왔다.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정관에서 상가조합원이 상가분양권을 사실상 포기할 경우 주택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규정되어 있었고, 많은 조합이 이를 근거로 비교적 완화된 정족수로 정관을 개정하거나 사업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무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도시정비법령의 내용과 달리 상가조합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정관을 두거나 이를 근거로 권리를 인정하려면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이는 과거 대법원이 “상가소유자에게 주택소유자와 동일한 순위로 주택분양권을 부여하는 것은 조합원 전체의 권리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전원동의가 필요하다”고 본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예외도 존재한다. 대법원은 동일한 판결에서, 주택을 분양받고 남은 잔여 물량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