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현장에서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마다, 쟁점사항은 항상 2가지였다. 반드시 총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입찰을 거쳐야 하는지 여부다. 도정법을 살펴보면, 정비업체, 시공사, 설계사,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거나 변경할 때에는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밖에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관련해서도 조합원 총회를 열어야 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대의원회 의결만 받아도 무방하다.
입찰로 뽑을 경우, 사업시행자는 일반경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계약규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지명경쟁입찰 혹은 수의계약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실무상 계약규모에 맞게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표적인 예가 법률자문 계약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전문공사 등이 아닌 일반적인 용역계약(법무법인·세무법인 등)은 추정가격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지명경쟁입찰이 가능하다. 지명경쟁입찰은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4인 이상의 입찰 대상자를 지명하는 형태다. 이때, 3인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앞서 언급된 추정가격에는 부가가치세(VAT)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다.
①추정가격이 5,000만원 이하일 경우나 ②소송·재난복구 등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 ③일반경쟁입찰 시 단독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될 경우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추정가격이 5,000만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할 경우, 강행규정인 도정법 제29조제1항을 위반했기에 무효가 된다. 사업시행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귀속된 것으로 볼 경우,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통상 법률소송의 경우, 일률적으로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에선,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을 할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착수금이 5,000만원 이하라 하더라도, 성공보수까지 포함할 경우 5,000만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때,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특히, 조합이 기납부한 조세, 부담금 등의 반환을 위해 착수금 없이 성과보수만 지급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성과보수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추정가격 5,000만원은 해당 계약을 체결한 결과 지불하게 될 총 대금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며, 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는 착수보수만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소송 제기 전부터 교육청 질의, 자문 변호사 검토 등의 조치를 거쳤고, 소멸시효가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었다는 등의 사유에 비춰 예상치 못한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하급심은 과오납금 환급채권의 소멸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조합이 회계법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건에서도 위임계약 체결 경위나 계약 체결 후 수행한 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선 부담금 등 반환을 위한 계약을 진행할 때 사전에 자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야 하며, 긴급한 상황에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긴급한 상황에 따라 수의계약을 체결했는지, 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그 근거를 상세히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합(추진위원회)은 등기 업무를 위해 초기부터 법무사를 선정하는 경향성이 짙다. 집단 등기에 특화된 정비사업 전문 법무사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간혹 법무사 용역범위에 ‘이주촉진을 위한 명도소송 소장 작성 및 제출’이라는 항목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도 업무는 별도의 입찰을 통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전문 변호사(법무법인)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무사 계약 시 명도 업무는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도 업무는 법무사의 소장 대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전문 변호사(법무법인)를 선임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고, 아울러 명도(이주)가 지연될 경우 협력업체 간 책임 전가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격면에서도 법무사 보수규정의 적용을 받는 법무사에 비하여 전문 변호사(법무법인)가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부 법무사는 위 계약 조항을 근거로 명도 소장 등 서면 대필은 본인들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경우 조합으로서는 실력 있는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법무법인)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가장 많은 형사상 문제는 정보공개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도시정비법 위반 사안과 협력업체 계약 체결에 관한 도시정비법 위반이다. 이와 관련된 법령이 복잡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판례의 결론이 상이한 경우도 많으므로 정비사업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정비사업에 특화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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