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착공을 앞둔 정비사업 현장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주비 대출규제로 조합원들은 벼랑 끝에 몰렸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조합사무실엔 분담금 문제와 관련된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융자지원을 비롯해 정비사업 현장의 '신속 착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습을 내비쳤다.
서울시는 26일 오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8만5,000호 신속 착공 발표회'를 개최해 정비사업 현장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조합장·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발표회의 취지는 위축된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이주비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이날 발표회 시작 전, 서울정비사업연합회(서정연) 관계자들은 탄원문 낭독을 이어가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나섰다. 대표 발언을 맡은 서정숙 청량리8구역 조합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으며 "이주비 대출 규제로 시공사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보증한도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만 받고 있는 상태"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주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 전세금 상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전했다.
이어 서정숙 조합장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관련해선 "사업기간 내 조합원들이 모두 지위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사무실에 '살려달라'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어, 안정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서울시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탄원문 낭독이 끝나고 관계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단체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장의 절박함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며 "지금의 정비사업은 멈춰선 안되기에, 신속 착공과 행정력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엔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요청하고, 현장엔 적극적인 융자지원으로 실질적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규제가 적용된 117곳 중 55곳 정도로 나타났다. 분담금 증가에 따른 부담, 주거이전 제약 등이 주된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데, 심지어 특정 사업지 경우엔 조합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속도를 늦추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이주비 대출 규제에 의한 사업지연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울시는 신속 착공 6가지 지원계획을 제시해 이같은 고충에 선제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우선 전자총회 도입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한편, 해체계획서 작성 자문으로 서류보완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다. 또 착공 직전 두 차례에 걸친 구조·굴토 심의를 한번에 진행하기로 했다. 추가적으로 이주·해체·착공 시기를 명료화 하고, 공사변경계약 컨설팅을 통해 사업지연을 막기로 했다. 캘린더 어플을 통한 전체 조합원의 공정관리 참여율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주비 대출 규제와 관련해선, 서울시는 주택진흥기금을 통해 5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어려운 대상지를 기준으로 사업비 융자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융자지원은 시공사의 고금리 이자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진석 주택실장은 "500억원을 한 사업장에 투입하는 건 아니며, 도정법에 근거해 가장 힘든 사업지들 위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업지를 지원하기엔 재정적 한계가 있어 향후 예산 규모는 확대될 계획이다. 이주비 융자는 내달 접수를 시작해 4월 심사를 거쳐 5월 집행할 예정이다.
한편 핵심공급 전략사업으로 지정된 곳들은 총 85곳으로 나타났다. 주요 정비사업지를 살펴보면 ▲한남3구역(5,970세대·올해 착공) ▲백사마을(3,178세대·올해 착공) ▲이문4구역(3,502세대·2027년 착공) ▲한남2구역(1,537세대·2027년 착공) ▲상계2구역(2,200세대·2028년 착공) ▲노량진3구역(1,012세대·2028년 착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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