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신11구역(창신동 23번지 일대)·숭인1구역(숭인동 56번지 일대)이 신속통합기획(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이었던 창신·숭인동 개발사업이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창신·숭인동은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해제 후 도시재생사업으로 선회했지만 실패했고, 지난해 정비사업 방향성을 신속통합기획으로 틀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22일 정비업계 따르면 창신11구역과 숭인1구역은 각각 주민참여단 7명씩을 꾸려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종로구청이 선정한 건축사사무소(대한엔지니어링)와 원팀을 이뤄 신속통합기획(안)을 작성하고 있다. 기초현황조사 및 건축 기획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2개 구역의 면적은 약 84,354㎡이다.
창신11구역과 숭인1구역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한 곳으로 묶여 선정됐으나, 주민들은 지봉로를 사이에 두고 구역 간 거리가 꽤 되는 만큼 별도 사업구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시·종로구청으로부터 별도의 안내를 받은 상황은 아직 없다. 숭인1구역은 창신역(6호선) 반경 300m 안에 위치한 역세권 입지로 단독주택 비율이 높다.
창신11구역은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과 채석장 부지로 둘러싸인 지역이며, 1950년대 이주민들이 판자집을 지으며 마을이 형성된 대표적인 판자촌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창신11구역 뒷편 채석장은 다이너마이트와 발파기계를 사용해 대규모 암석이 채석됐다. 당시 돌로 지은 석조 건축물이 늘어나면서 돌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창신동 채석장은 6·25 전쟁 이후 1950년대 폐지됐다.
창신·숭인동은 2007년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됐다. 당시 846,100㎡ 규모로 뉴타운 사업지구 중 가장 넓은 면적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13년 전 구역이 통째로 해제됐다. 동대문의류상가 근처에 있다보니 옷수선을 하는 봉제공장들이 밀집한 생산기지였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주거지역 곳곳에 봉제공장들이 산재돼 있었던 터라 뉴타운 지정에도 불구, 단 한 곳도 개발하지 못한 채 주민들 손으로 사업이 종결됐다.
뉴타운 출구전략을 감행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창신·숭인동을 1호 도시재생사업 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전면 개발이 아닌 보존에 무게중심을 뒀던 사업인 탓에 계단 공사 및 페인트칠에 막대한 예산이 사용됐을 뿐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부터 투입된 예산만 약 900억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낙후 정도가 심해 신축 빌라조차 쉽게 지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공공재개발 공모에서 제외대상이었던 창신·숭인동은 도시재생지역 내에서도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도시재생 재구조화'에 힘입어 신속통합기획 공모에서 선정될 수 있었다. 현재 창신11구역-숭인1구역 외에도 ▲창신9구역 ▲창신10구역 ▲창신12구역이 현재 신속통합기획 공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봉제공장 밀집 구역으로 낮에는 옷을 실어나르는 오토바이 소리로 가득한 곳이다.
지난해 공모엔 '창신2동' 이름으로 1개 구역 단위로 함께 신청했으나 탈락했고, 올해는 선정 가능성을 높이고자 3개 구역으로 나눠 재도전에 나섰다. 동의율은 창신10구역이 약 42%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12구역(약 38%), 9구역(약 35%) 순이다. 다만 창신9구역과 10구역은 흥인지문(동대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어 고층 개발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