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착공 전 물가상승(Escalation)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제안했다. 보통 공사비 산출 기준연월일은 입찰공고 시점으로 결정된다. 입찰공고 시점부터 착공까지는 수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된다. 공사비 증액분 314억원은 최근 1년 간의 건설공사비지수로 역산했을 때 약 28개월에 해당하는 물가 인상분이다.
11일 정비업계 따르면 삼성물산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례로, 착공 전까지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이 400억원일 때, 삼성물산이 314억원을 직접 부담하겠다는 내용이다. 조합은 차액인 86억원만에 부담한다. 삼성물산은 현재 제안한 공사비에 ▲내진특등급 설계 ▲일반쓰레기 이송설비 ▲일반분양 발코니 확장비용 ▲커뮤니티·상시 설비시설 등을 포함시켰다.
삼성물산은 분양면적을 확대한 대안설계(안)을 제시함에 따라, 조합원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이 설계한 조합 원안설계(안) 상 2,331세대보다 29세대 많은 2,360세대를 제안했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484평이 늘어났다. 평당 일반분양가 7,000만원을 가정했을 경우, 조합의 추가 분양수익은 약 339억원으로 계산된다. 한남4구역은 향후 아파트 미분양 우려가 많지 않은 입지인 터라, 실제 분양하게 될 금액이 더 높아질 경우 조합원들의 이득도 커질 전망이다. 올해 일반분양가 최고가액은 청담르엘의 평당 7,209만원이다.
올해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사업장으로는 도곡개포한신과 자양7구역도 있다. 2개 사업장 모두 DL이앤씨가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Private) 형태로 시공권을 확보한 사업장이다. DL이앤씨는 도곡개포한신과 자양7구역에서 각각 200억원, 250억원 수준에 해당하는 물가상승 증액분을 회사 부담으로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밖에도 롯데건설은 신반포12차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산정 기준일로부터 8개월 간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을 앞세워,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비 전액을 조달할 방침이다. 신용등급은 곧 조달금리와 연결된다. 입찰제안서 상 문구도 명확하게 3조원 이상이라는 점을 기재했다. 삼성물산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 사업비와 사업촉진비(추가이주비 포함) 등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방법을 조합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산정 기준일로부터 ▲소비자물가지수(통계청) ▲건설공사비지수(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제74조에 따른 지수 등에서 가장 낮은 지수를 적용키로 했다. 최근 수주한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은 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의 산술평균 값을 적용하는 조건을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은 원안설계가 아닌 시공사들이 제안하는 대안설계로 대부분 가기 때문에,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염두에 두면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정비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단순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도 늘어나기에, 삼성물산과 DL이앤씨의 공사 조건은 파격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