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뉴타운 내 한남2구역이 대우건설 재재신임을 위한 총회를 앞둔 가운데,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의 시공권 유지·박탈의 득실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조합은 시공권 유지 시 신속한 관리처분계획(안) 절차 및 이주가 가능한 반면, 해지 시엔 새로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겠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할 때, 시공사 해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4일 정비업계 따르면 한남2구역은 이달 대우건설의 시공권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3번째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사업비 대출을 실행한 신영증권(대주단 주선사)은 회사 자금계획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손해배상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도급계약 해지는 채무불이행 사유에 해당하며, 사유 발생 60일 이내 치유되지 않을 경우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할 수 있음을 전달했다.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되면, 대출을 실행한 대주단은 내부 회계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따라서 연대보증을 선 대우건설에 대위변제를 요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위변제란,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구상권을 취득하는 것을 지칭한다. 대우건설이 대신 대출을 갚은 후 구상권을 취득한 후 한남2구역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국공유지에 대한 가압류 소송도 병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건설은 입찰 제안시 약속했던 인허가 프로젝트를 지키지 못함에 따라, 계속해서 시공권 유지를 위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은 시공권이 유지될 경우 후속 사업절차(관리처분계획·이주) 진행이 가능함을 설명함과 동시에 박탈될 경우엔 새로운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때 업계 수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건설사의 참여를 확신하며, 조합장직까지 걸고 책임지겠다는 내용 역시 안내했다. 물론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다는 보장은 없다.
시공사는 오롯이 조합원들의 선택 여하에 달리기 때문에, 한남2구역의 금번 총회 결과는 사업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이 해지될 경우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복잡한 셈법으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합원들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정비사업 여건을 감안할 때, 후속 절차가 지연될수록 분담금이 더 많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는 분위기다.
정한철 법무법인 인본 대표 변호사는 “시공사 해지는 중대한 사안으로 소송 장기화로 인해 주택정비사업이 지연될 우려도 있는 바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해지 시 협력의무 위반 등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상호간 귀책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시공사 선정 취소를 위한 총회의 경우 조합원의 100분의 20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하고, 해지 안건 외에 반드시 해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에 대하여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별도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 해지총회시 시공사는 보전처분 단계에서는 주로 총회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있고, 본안 소송에서는 우선적으로 시공사 지위확인을 청구함과 동시에 시공이익과 관련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