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위치한 현대슈퍼빌이 최근 롯데건설의 공사 피해에 따른 보상(안)을 제안하기 이전, 소음과 분진 등 입주민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롯데건설은 현재 서초동 역세권 청년주택 시공사로, 작년 2월 착공 후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 피해에 따른 민원과 보상 관련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 지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건설은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정비업계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현대슈퍼빌 주민들을 대상으로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에 따른 피해(소음·진동·분진 등) 보상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프로젝트는 2개동(지상 29층/지상 36층)을 짓는 사업으로, 임대주택 835세대를 공급한다. 이중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공공임대주택은 271세대로 전체 32%를 차지한다. 시행사는 스페이스 자광이다.
현대슈퍼빌 주민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공사 과정에서 겪어 온 피해를 토로했다. A주민은 새벽 6시부터 들려오는 공사장 소음으로 잠을 청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B주민은 공사장 진동으로 인해 지하주차장 3층에 차량 주차 시 천장에서 질석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입주민들은 공사를 중단한 뒤, 피해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처음 접했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해 드리는 게 맞다"며 "입주민들이 겪는 불편사항을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면, 회사 내부적으로 조치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건설은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발표는 진행하지 못했다. 롯데건설의 보상(안)을 입주민들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보상(안) 발표보다는 현 시점 주민들이 겪는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간담회가 진행됐다.
롯데건설이 준비한 PT 자료에 따르면, 공사에 따른 비해 보상으로 ▲피트니스 인테리어 및 장비 공급(1억3,000만원) ▲주차장 안내사인(1억1,000만원) ▲옥탑 휴게실→게스트하우스 개조(3억원) ▲노후공간 도장 및 지하주차장 배관 청소(6,000만원) 등이 제안됐다. 총 6억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현대슈퍼빌, 시행사(스페이스 자광)와 함께 단지 개보수 방안을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협의해 왔다는 설명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들에게 배부한 설문지에 따르면, 시행사인 스페이스 자광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 롯데건설과 공동 보상비용을 분담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기재돼 있다. 청년주택 임대료는 주택형별로 다르지만, 일반공급이 예정된 세대의 경우 보증금은 최소 1.16억원에서 2.56억원으로 책정됐다. 월 임대료는 최소 64만원에서 최대 127만원이다.
현대슈퍼빌 A주민은 "롯데건설은 정해진 공사금액으로 책임준공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공사 관련 불편사항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주체"라며 "새벽 6시부터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잠을 청하기가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은 공사장 내부로 차량이 들어오면서 철판을 밟을 때 나오는 소리로 추정된다며, 공사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현대슈퍼빌 주민들은 지난 2020년 과도한 용도지역 변경 문제와 일조권·우면산 조망권 침해, 남부순환도로변 교통량 과부하 등을 문제로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취소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듬해 서울시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과 [주택법]에 따라,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주거안정 실현을 위한 목적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공급된다.
현대슈퍼빌은 2022년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2023년 2월 착공했고, 현재 준공 목표시점은 2026년 8월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부지는 옛 하이트진로의 서초동 사옥이 자리했던 곳이다. 스페이스 자광이 하이트진로에 약 900억원을 주고 일대 부지를 매입했다. 토지 매입대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