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2구역 입찰경쟁이 결국 무효화 수순을 밟게 됐다. 시공사 선정을 속히 진행한 뒤,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겠다는 조합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선정을 마쳤어야 했기에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남영2구역은 입찰제안서 마감 직후, 삼성물산이 제출한 대안설계(상업지역 내 주거비율 상향)가 입찰지침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발생한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26일 정비업계 따르면 남영2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조합은 오는 29일(월) 대의원회를 소집해 '입찰지침 위반 소지에 따른 입찰무효 안건'을 상정해 의결키로 했다. 동시에 재입찰 공고 안건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인허가청(서울시·용산구청)에서 입찰지침 위반 문제를 주시하고 있기에, 대의원회 통과는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남영2구역은 원점에서부터 시공사 선정을 다시 진행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남영2구역의 입찰 무효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남영2구역은 올해 4월 용산구청에 주거비율 상향을 전제로 한 대안설계가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다. 용산구청은 '상업지역 내에서 세대 수 증가를 통한 주거비율 상향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제55조 3항에 따라 도시계획위원회의 완화 사항으로 판단된다며, [서울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 조례] 제11조에 따라 중대한 변경이라고 공식 회신했다.

조합은 용산구청으로부터 명확한 의견을 회신받았지만, 삼성물산 측의 요청으로 입찰일정을 약 2개월 연기했다. 이후 2개월 만에 입찰이 진행됐지만, 삼성물산이 제출한 대안설계(안)이 중대한 변경에 해당한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서울시와 용산구청에서도 입찰지침 위반 이슈를 인지하게 됐고 조합은 더 이상 입찰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입찰을 무효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입찰을 무효화하고, 재입찰에 다시 착수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입찰지침을 위반한 상황에서, 향후 재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부 검토를 다시 거쳐 남영2구역 입찰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남영2구역 A조합원은 "정비사업의 주체인 조합이 중심점을 잘 잡고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어야 했지만,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물산의 입찰지침 위반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며 "재입찰 시 경쟁입찰을 다시 한번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공사조건을 제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찰 과정을 두 건설사 모두 공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진행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