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지위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분양자격 등 재산권과 직결되는 핵심적 지위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재건축 구역에서는 도시정비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이후 양수인은 원칙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없고, 일정한 예외사유가 있어야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문제는 공유 형태로 부동산을 소유하다가 이를 제3자가 매수한 경우, 조합원 지위 승계에 관한 예외사유를 누구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1.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각 지분별 개별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2022. 3. 17. 선고한 2021나2019406 판결에서 조합원 지위 승계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각 지분 소유자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조합원 지위 승계 요건을 충족한 1/2 지분 소유자 A와 위 승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2 지분 소유자 B로부터 각각 지분을 모두 양수한 ‘갑’이 전체 지분에 관하여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갑’은 여러 명의 양도인 중에서 대표조합원을 기준으로 양도인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법원은 “이 사건 예외사유에 있어 양도인 요건의 구비 여부는 대표조합원 1인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양도인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양수인이 여러 명의 양도인으로부터 지분을 각각 양수한 경우에는 그 지분별로 해당 지분을 양도한 양도인이 양도인 요건을 구비하였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대표조합원 제도는 조합 운영의 절차적 편의를 위한 장치일 뿐, 양수인의 조합원 자격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판결에 따라, 요건을 충족한 A의 지분 1/2에 대해서는 조합원 지위 승계가 인정되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B의 지분 1/2에 대해서는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하나의 부동산을 양수했음에도 지분마다 다른 법적 지위가 발생하는, 다소 불편한 결과였다.
2.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대표 조합원 기준으로 판단”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2023. 8. 30. 민원회신(주택정비과-5525)을 통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예외사유 충족 여부는 대표 조합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즉 대표 조합원이 요건을 충족한다면, 나머지 공유자가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전체 지분에 대해 조합원 지위 승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법원의 판시와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였다. 조합원들과 투자자는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3. 대법원의 최종 판단 “지분별 판단이 원칙”
이 논란은 결국 대법원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2025. 8. 14. 선고한 2022다228230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보았다. 즉, 양도인별로 요건 충족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하며, 대표 조합원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양도인으로부터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사실상 부정한 셈이며, 위 유권해석을 믿고 거래한 조합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그 유권해석을 안내한 조합에게 미칠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4. 현장에 미치는 파장과 입법적 과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조합원 지위 승계의 기준은 명확해졌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여러 문제가 남는다. 동일 부동산에 대하여 지분마다 다른 법적 지위가 발생하면, 관리처분계획 수립이나 분양권 배정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또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대표조합원 기준으로 승계 가능하다’는 국토부 해석을 믿고 거래했다가 뒤늦게 법원 판례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하여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대표 조합원 제도를 예외사유 판단에까지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양도인별 개별 판단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입법부가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명확한 기준은 사업 지연과 분쟁, 나아가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해석 차이를 넘어, 다시 한번 정비사업의 신뢰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은 지분별 개별 판단이라는 원칙을 확립했지만, 그 결과 현장에서 발생할 불편과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절실하다.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조합과 조합원, 투자자 모두가 안심하고 장기적인 정비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