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발로 뛰며, 겸허한 자세로 정보를 기록합니다. 속도와 깊이를 중시하는 언론사입니다.
정비사업은 항해와 참 많이 닮아 있다. 고요하고 잔잔한 파도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가도, 어느새 다가온 폭풍우와 맞서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우두머리인 선장(조합장)과 항해사(이사·감사), 선원(조합원) 모두가 응축된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있는 힘껏 쏟아내도 쉽지 않은 게 항해다. 방향성을 잃고 한동안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관측이 쏟아졌던 사업장, 바로 여의도 한양아파트다. 순항 중이던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암초에 걸린 건 작년 10월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상가 부지를 먼저 해결하라는 서울시 지침으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국토부·영등포구청에 민원이 빗발치며 초래된 결과다. 민원을 제기한 이가 누구인지, 속내는 무엇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중요한 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어쩌면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될 상가 이슈를 예상치 못한 시점에 직면하게 됐다. 그로부터 채 2달이 되지 않았다.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토지(1,484㎡)와 건물을 89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지난 달 29일 체결했다. 당일 계약금 300억원도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빠져나
올해 정비업계를 되돌아 볼 때 단연코 화두가 될 단어, 바로 신탁(信託)이다. 내 재산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긴다는 건 '신뢰'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과 신탁의 갈림길에서 쉼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머리를 싸매며 장·단점을 토의한다. 때마침, 조합과 시공사 간 물가상승(Escalation)에 따른 공사비 갈등으로 이곳저곳 곡소리가 나왔고, 정부도 신탁을 밀어주기 위한 정책 움직임을 보이며 판을 마련해줬다. 신탁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안정성과 신속성, 전문성으로 단단히 무장해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내 정비사업 트렌드를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언론도 상당 지면을 할애하며, '러브콜 쇄도·구원투수 등판' 등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문구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분위기 띄우기에 일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감도 신탁사의 안정성을 찾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아, 국토교통부는 바로 어제 '정비사업 신탁사 역할·책임 강화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불과 1달 전, 주민들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표준계약서와 시행규정을 마련한다는 보도자료와 사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