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이후 수백번을 되뇌인 단어가 있다. 기브앤노테이크(Give & No Take), 직역하면 '주고 안받음'이다.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나눠주거나 베풀 때, 상대방에게 그에 따른 대가를 바라지 않는 불균형이 핵심이다. 취재 철학의 하나로 이와 같은 불균형을 자처한 건 비즈니스 상대방들과의 신뢰를 쌓길 원해서다. 대가 없는 호의를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어느샌가 우리네 마음 속에 자리잡은 유대감을 발견할 수 있다. 신뢰가 싹트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가끔 이를 곱씹다보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애착 현장들이 있다. 최근 들어 머릿속을 가장 많이 맴돌고 있는 곳은 여의도 삼부다. 단일 필지로 구성된 하나의 단지였음에도 불구, 토지 용도가 달리 기재된 탓에 3번지(일반상업)와 2번지(3종일반)로 '이해관계'가 나뉜 곳이다. 토지 본연의 가치를 활용하길 원하는 3번지도, 한강변 입지의 조망권을 극대화하겠다는 2번지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양쪽 다 일생의 소중한 재산권임은 변함없다.
다만, 최근 격주로 연달아 진행된 설명회를 보며, '공동의 목표'가 뒷단에 많이 가려져 있음을 느꼈다. 민간 재건축의 본질은 비즈니스다. 결코 흐려져서는 안될 3번지·2번지의 목표는 바로 준공 이후의 신축아파트 미래가치다. 조합원 관점에서 언급되는 단순 종후자산가치(조합원 분양가)가 아닌, 입주한 뒤 시장에서 인정받는 실거래가, 즉 몸값이다. 삼부는 여의도 한강공원과 여의나루역(5호선), 더현대 백화점 등을 품은 입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땅 크기 상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
비례율을 계산할 때 조금은 색다른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정해진 계산식은 [(매출액-사업비)/종전자산]이며, 이때 매출액 산정시, 종후자산가치가 들어간다. 하지만 준공 후 신축아파트의 미래가치를 대신 대입해보면 어떨까. 종후자산가치는 특정 시점(Stock)에 분담금 계산을 위한 개념일 뿐, 일정 기간(Flow)이 흘러 조합원들이 마주하게 될 신축아파트의 진정한 가치는 실거래가다. 신축의 미래가치는 한강 조망권과 대단지 프리미엄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원베일리의 평당 분양가는 약 5,700만원 선이었는데, 현재 실거래는 평당 2억원이다. 원베일리의 뒤를 이어 차기 대장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디에이츠 클래스트) 역시 한강변 대단지다. 쉽게 말해, 핵심 상급지를 소유한 조합원들은 입주 후 계산하게 될 비례율이 100%를 훌쩍 넘는 수백%대의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3번지·2번지 주민들이 쉽게 좁혀질 수 없는 이해관계를 계속해서 고집해 나갈 경우, 재건축의 최우선 목표(자산가치 증식)는 물론 차우선 목표(주거환경 개선) 역시 달성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삼부 소유주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일 것이다. 기브앤테이크(Give & Take) 관계에만 몰두해왔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금은 넉넉한 시선으로 이웃을 바라보면 어떨까 싶다.
삼부는 지난 5년의 시간동안 통합재건축을 전제로 조합설립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고, 실제 창립총회 개최 목전까지 다다랐다. 막판 동의서 1장 부족으로 일정이 순연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여의도 내 명실상부 '대장주'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많지 않다.
때론 기브앤노테이크(Give & No Take) 관점에서, 갈등의 근원적 본질을 살펴보면 어떨까 싶다. 결국 그 끝에는 성공적인 재건축을 바라는 3번지·2번지 주민들의 공통된 마음만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삼부 입구에 펄럭이고 있는 색바랜 창립총회 현수막이 벌써 몇 달째 그 자리 그대로다. 여의도는 삼부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