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줌 구글
메뉴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발로 뛰며, 겸허한 자세로 정보를 기록합니다. 속도와 깊이를 중시하는 언론사입니다.

[칼럼] 고개든 신탁 무용론(無用論), 이제 몸소 달라져야 할 때

올해 정비업계를 되돌아 볼 때 단연코 화두가 될 단어, 바로 신탁(信託)이다. 내 재산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긴다는 건 '신뢰'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과 신탁의 갈림길에서 쉼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머리를 싸매며 장·단점을 토의한다. 때마침, 조합과 시공사 간 물가상승(Escalation)에 따른 공사비 갈등으로 이곳저곳 곡소리가 나왔고, 정부도 신탁을 밀어주기 위한 정책 움직임을 보이며 판을 마련해줬다.

 

신탁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안정성과 신속성, 전문성으로 단단히 무장해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내 정비사업 트렌드를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언론도 상당 지면을 할애하며, '러브콜 쇄도·구원투수 등판' 등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문구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분위기 띄우기에 일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감도 신탁사의 안정성을 찾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아, 국토교통부는 바로 어제 '정비사업 신탁사 역할·책임 강화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불과 1달 전, 주민들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표준계약서와 시행규정을 마련한다는 보도자료와 사뭇 느낌이 달라졌다. 일종의 경고장 아니겠냐는 게 신탁업계 해석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목동7단지가 이같은 빌미를 제공한 도화선으로 치부하기엔, 연초와 확연하게 달라진 온도차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십여 곳 신탁 설명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각 회사 도정팀이 만들어 온 '브랜드(색깔)'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조합원에 빙의되어 보기도,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질문도 던져가며 꽤나 적극적이었다. 결론은 아직 잘 모르겠다. A신탁사가 B, C, D 사업장에서 발표하는 PT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부 신탁사만은 해당 사업장이 처한 현재 상황을 사전에 파악한 뒤, 사업성을 보전해 줄 방안을 제안하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였다.

 

신탁 방식을 택해야 할지, 택한다면 어떤 신탁사를 파트너로 삼아야 할지, 토지등소유자들이 우왕좌왕하는 건 분명 신탁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신탁 방식으로 준공된 사례도 없기에, 신탁사들은 신규 수주 혹은 기수주 현장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숙명을 모를 리 없다. 신탁사는 사업시행자다. 협력업체들과는 무게감이 또 다르다. 누가 먼저, 어떤 브랜드로 토지등소유자들의 마음에 각인되느냐 여부가 중요해졌다.

 

국토교통부가 신탁사 역할로 공표한 ▲책임 인력 전담배치 ▲시공사 입찰보증금 사업비 전환 금지(원칙) ▲예비신탁사 선정 법제화 ▲신탁사 임직원 공무원 간주(뇌물수뢰 등 형법 위반) 등은 분명 '현장 민원'과도 관련 있다. 금번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함의돼 있다. 숨겨진 맥락을 파악하고, 조용히 변화를 모색하는 신탁사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신탁사는 정비업계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우징워치 뉴스 앱] - 한번의 터치로 정비사업 뉴스를

  • ① 아이폰(애플스토어)과 안드로이드폰(구글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한다.
  • ② 검색창에 하우징워치를 입력한다.
  • ③ 다운로드 후 이용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바로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한번의 터치로 하우징워치 뉴스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