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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분양가를 올리자고?"…일반 수분양자와 격차, 왜 필요할까

 

대한민국의 도시는 역동적인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물리적·경제적 변화를 거듭해 왔다. 정비사업은 노후화된 건축물을 허물고 새로운 주거 시설을 건립하는 단순한 건설 행위가 아니다. 막대한 민간 자본과 공공의 행정력이 투입되고, 수백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이 교차하며, 지역 사회의 인구 통계학적 구조마저 재편하는 고도의 복합적인 경제 활동이다. 최근 정비업계 화두로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가격차이를 두는 것이 적정한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된다.

 

① 리스크(Risk)는 누가 질까?

정비사업은 본래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구조를 띠고 있다. 사업 주체로 전 재산을 담보로 내놓은 조합원, 사업이 완성된 후 안전하게 기성품을 구매하는 일반 수분양자가 동일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것이다. 혹자는 동일한 사업 구역 내 위치하고, 동일한 자재와 공법으로 지어지는데, 공급받는 주체에 누구냐에 따라 수억원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맞냐고 되묻는다. 일각에선 이중 가격 구조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한 결과, 일반 수분양자들에게 과도한 바가지를 씌우고, 조합원들만의 배타적인 불로소득을 창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기반으로 한 정비사업의 본질을 경제학적 원리, 법률적 체계, 감정평가론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해체해 보면, 2가지 가격의 격차는 단순한 우연이나 자의적인 횡포가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나, 치솟는 공사비 상승 위험 등의 모든 리스크는 조합원의 몫이다.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리스크를 보전해주고자 함이, 조분가-일분가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② 초기 투자금액의 기회비용, 자본의 환금성 제약에 따른 보상

조합원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허름한 노후 빌라나 단독주택에 묻어두어야 한다. 재개발 구역지정이 나는 그 순간부터 해당 자산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거나 전매 제한 등의 촘촘한 규제 그물망에 걸려 원할 때 제값 받고 팔 수 없는 심각한 환금성(유동성) 제약에 직면한다. 도정법상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거래는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10년 이상 유동성이 극도로 제한된 자산은 그에 상응하는 '유동성 프리미엄'과 '시간 가치에 대한 이자(기회비용)'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례율이라는 수학적 논리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자산 가치의 상승과 막대한 초기 투자금액에 대한 확실한 보상 차원에서 조합원분양가를 공급원가 수준으로 책정하여 조합원의 프리미엄을 담보해 주는 이중 가격 구조가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현실적 정합성인 것이다.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격차는 조합원들이 지난 10~15년간 겪은 이 엄청난 '행정적, 법률적 피로도(이른바 땀의 대가, Sweat Equity)'와 '수백 명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인내심 있게 조정해 낸 보이지 않는 시간과 감정 노동'에 대한 자본주의 시장의 지극히 자연스럽고 합당한 보상 기제로 해석되어야 한다.

 

③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일반 수분양자는 완성된 새 아파트에 곧장 입주하여 그 즉시 주거 효용을 누리지만, 조합원은 낡은 집에 살며 재산세는 재산세대로 내고, 녹물과 주차 전쟁이라는 열악한 주거 환경의 고통을 십수 년간 온몸으로 감내한다. 일각의 요구대로 수학적 정합성과 명목상의 비례율을 올리기 위하여 또는 억지로 맞추기 위해 조합원분양가를 크게 인상하여 주변 신축 시세와 동일한 수준(즉, 일반분양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류상의 비율 수치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질지 모르나,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세 차익(프리미엄)은 그 즉시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다.

 

아무도 프리미엄이 사라진 정비사업에 자신의 낡은 집을 내어놓고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은 본질적으로는 원주민의 사업이지만 애석하게도 원주민 정착률은 상당히 낮다. 서울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도시 정책 통계 자료를 보면, 27%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볼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를 일반분양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린다면, 원주민 정착률은 단숨에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수십 년간 평가액 1~2억 원 남짓한 노후 빌라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고령의 원주민들에게 분양가 10억원, 15억원을 호가하는 시장가치의 일반분양가를 부담하라는 것은 사실상 '돈이 없으면 당장 짐을 싸서 동네를 떠나라'는 자본주의의 폭력적 선고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④ 도정법 제76조에 따른 합리적 배분의 원칙

조합원에게 일반 수분양자보다 저렴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법률이 명시적으로 보장한 합법적 권리이다. 도정법 제76조(관리처분계획의 수립기준) 제1항 제3호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 이용 상황, 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조문에서 언급한 '균형 있고 합리적인 배분'은 초등학생들이 피자를 나누듯 단순히 면적을 N분의 1로 똑같이 자르는 기계적인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종전의 소중한 자산을 기꺼이 출자한 조합원(분양신청자)에게는 그 출자의 막대한 기여도와 십수 년간 떠안은 사업 참여의 리스크를 가중치로 반영, 우선적인 선택권(로열층 및 로열동 우선 배정)과 유리한 가격 조건(조합원분양가)을 부여하는 실질적 평등을 의미한다. 이후 조합원의 몫을 챙기고 남은 잉여 물량(체비지)을 일반분양이라는 형태로 비싸게 매각하여 전체 사업의 펑크 난 재무 건전성을 메우는 것이 바로 도정법이 의도한 '경제적 합리성'의 진정한 내포이다.

 

⑤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이유

조합원은 왜 사업에 참여하는가? 경제적으로는 조합원 프리미엄이 그 이유이고, 더 본질적인 이유는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다. 조합원이 정비사업을 통해 거머쥘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도대체 어디서 연원하는 것일까?

 

그것은 비례율이라는 수학적 비율값에서 직접적으로 창출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조합원의 경제적인 진정한 이익은 "종전자산의 실제 가치와 향후 분양받는 신축 주택의 실제 가치를 냉정하게 비교했을 때 남는 물리적이고 절대적인 차익"에서 발생한다.

 

더욱 노골적이고 직관적으로 풀어 말하자면, 조합원의 경제적 이득은 결국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확연히 낮게 책정되는 그 간극'에서 비로소 파생되며, 우리는 이를 속칭 '조합원 프리미엄(시세 차익)'이라 부른다. 물론 일반분양분이 충분히 많치 않거나 헐값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 또는 공사비 폭등의 상황이라면 조합원 권리에 상응한 의무로써 분담금도 짊어져야 한다.

 

글 = 권영진 중앙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kkita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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