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가 즐비한 송파구에서 올해 유독 시공사 선정이 활발했던 가운데, 연초 800만원 초반대였던 공사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공사비 증액은 단순히 원자재값·인건비 상승에 기인하지 않고 인허가 관련 법규변경과 사회환경 변화와도 맞물린다.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비용은 사업기간과 비례해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일 정비업계 따르면 송파구 재건축 단지들이 앞다퉈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잠실우성1·2·3차와 대림가락이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고, 이날 1차 현장설명회를 진행한다. 잠실우성과 대림가락의 평당 공사비는 각각 880만원, 840만원으로 책정됐다. 연초 800만원 초반대였던 공사비는 어느덧 900만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상향 조정됐다. 시공사 선정을 준비중인 방이 한양3차 역시 800만원 중후반대가 예상된다.
공사비는 정비사업 유형(재개발·재건축)과 지역, 사업성에 따라 달라지기에 단순 비교는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지역 내 재건축 단지들은 공사비를 산정할 때 주변 지역을 기준점으로 정하기에 비교사례로 활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잠실우성과 대림가락보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주요 사업장으로는 ▲잠실우성4차(810만원) ▲가락삼익맨숀(809만원) ▲삼환가락(805만원) 등이 거론된다.
잠실우성4차와 가락삼익맨숀은 각각 아크로(DL이앤씨), 디에이치(현대건설)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유치했다. 다만, 두 곳 모두 사업시행계획을 받은 원안설계 대신 설계변경을 전제로 사업 방향성을 다시 제고하고 있다. 설계변경은 공사비 증액을 전제로 한다. DL이앤씨는 시공사 선정 후 입찰제안서와 다른 내용인 '49층'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역시 '플러스 아이디어(+)'를 통해 조건부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업계는 800만원 초반대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어렵다는 시공사들의 내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가 계속 올라가는 건, ▲설계변경 ▲물가상승(ESC) ▲법규변경 ▲사회환경변화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례로,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은 정비사업 인허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당장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구획의 안전 관련 내용이 재검토되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는 인허가 심의 기준에 변화를 야기하고, 이는 곧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실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올해 8월 환경영향평가(초안) 설명회에서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해 지하주차장 천장에 스프링쿨러 설치 방식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설계를 맡은 해안건축은 습식 스프링쿨러를 100% 다 설치하되, 동파 방지를 위한 열선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법규변경과 사회환경변화 등으로 인해 공사비는 시간이 갈수록 올라갈 요인들이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시공사 선정을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장은 ▲신반포2차(950만원) ▲한남4구역(940만원) ▲한남5구역(915만원) 등 900만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최근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는 압구정4구역은 평당 공사비 1,000만원을 적용해 추정비례율을 산출했다.
설계 관계자는 "몇 년 전,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난 이후 철거 인허가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며 "철거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안정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검토부터 철거까지 일련의 절차들 역시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청라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도 마찬가지로, 향후 지하주차장 건축심의 과정에서 변화가 생기고, 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