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이 정비사업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공사조건 비교표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부적인 조건이 공개되기 앞서 2개 건설사가 내놓은 대안설계(안)에 따른 평형대 구성에 조합원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은 중·대형 평형대를 늘리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분양수입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서울시 핵심 사업장들은 중·대형 평형대로 설계변경을 진행 중이다.
재개발은 사업이기에, 조합원들의 이익(수입-비용) 극대화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양사 모두 주거공간의 고급화 일환으로 전용면적 84㎡ 이상의 중·대형 평형 위주 설계안을 가져왔다. 삼성물산은 중·대형 평형 1,341세대를 전제로 한 설계안을 만들었고, 이는 조합 원안설계(1,327세대)보다 14세대 많은 수치다. 85㎡ 이상 세대는 784세대로, 마찬가지로 조합 원안인 701세대보다 무려 83세대가 많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보다 중·대형 평형 비율이 더 많은 방향으로 설계(안)이 마련됐다.
서울시내 핵심 사업자들의 설계변경도 대부분 중·대형 평형 비율 위주로 바뀌는 추세다. 한남3구역은 올해 8월 재정비촉진계획(안)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때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남3구역의 총 주택공급물량(예상)은 종전 5,816세대에서 5,990세대로 약 3% 증가했다. 최초 사업계획(안) 대비 중·대형 평형 물량이 대폭 증가했다. 대형평형으로 분류되는 85㎡ 세대 수는 기존 948세대에서 1,048세대로 100세대나 늘어났다. 당시 공청회 설명회장에선, 대형평형(85㎡ 초과) 비율을 전체 세대 수의 25%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서를 징구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중대형 평형을 향한 열망이 컸다.
개포주공6·7단지는 지난 2017년 인가받은 정비계획(안) 상 공급물량은 2,994세대였지만, 조합원들의 중·대형 평형 선호도를 고려해 전체 세대 수의 약 40%를 40평형 이상으로 변경했다. 조합원 모든 세대가 30평 이상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설계변경을 진행한 셈이다. 올해 7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분양 희망평형'을 조사한 결과, 개포주공6·7단지 조합원 중 588명이 34평형을 희망했다. 그 다음으로 40평과 44평이 뒤따랐다.
노량진뉴타운에서 사업규모가 가장 큰 노량진1구역은 지난 10월 임시총회를 열어, 소형평형에서 중대형평형으로 바꾸는 설계변경(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조합원들의 의결을 받았다. 해당 설계변경(안)은 향후 관리처분계획(안) 인가 후 이주·철거 기간에 맞춰 인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시 조합은 중·대형 평형이 많아질 경우,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음을 설명했다.
성북구 장위8구역은 올해 8월 법적으로 채워야 할 소형주택(39㎡)을 제외하고, 아파트 미래가치 차원에서 전용면적 49㎡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공급계획을 수정했다. 재정비촉진계획(안) 공람공고 과정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평형을 중·대형 위주로 재구성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장위8구역 맞은편에 위치한 장위9구역도 중대형 평형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실제 서울시내 정비사업장에선, 최소분양면적과 의무임대주택 비율을 맞추기 위해 소형평형(39㎡·49㎡)을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중대형 이상 규모의 신축 아파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희소성을 가질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 중론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과 달리, 서울은 전용 85㎡ 초과의 대형평형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서울 핵심 입지의 경우, 대형 평형에 대한 주거 수요와 선호도는 꾸준한 탓에, 향후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 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