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타운 1차 후보지로 선정된 마포구 성산동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추진위원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다만, 2개 구역(4·5구역)은 컨설팅업체인 ㈜이룸에이앤씨가 마포구청으로부터 부여받은 연번동의서를 징구하고 향후 공동사업시행 지위를 원하고 있어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치중인 상황이다.
18일 정비업계 따르면 마포구 성산동 모아타운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는 1구역(세원부동산)과 2~6구역(주민협동추진위)으로 분류된다. 주민협동추진위는 100% 주민들로 이뤄져 있으며, 통합사무실을 꾸려 주민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달 21일(수)에도 성산2동 주민센터에서 제11회 주민회의를 개최한다. 모아타운 사업에 익숙치 않은 주민들이 전반적인 사업 진행상황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다만 4, 5구역은 ㈜이룸에이앤씨가 연번동의서를 교부받아 직접 징구에 나섰으며,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 또한 연번동의서를 받아 맞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2개 연번동의서가 동시에 걷히면서 주민들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하루 속히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조합설립을 위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기준은 80%다. 어느 한 쪽이 2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한 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경우 모아타운 사업속도는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칫 대치 상태가 고착화돼 협상에 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결국 주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사업 초기 단계에서 봉합하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산동 주민은 "㈜이룸에이앤씨는 모아타운 시범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의 사업시행자인 점을 주민들한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아니라 부동산 컨설팅 업체라 주민들 입장에선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별표4에 따르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법인의 경우 자본금 5억 이상과 인력 요건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서울시가 매달 업데이트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현황(22년 9월)'에 따르면 ㈜이룸에이앤씨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명단에 이름이 없다.
한편 성산동 모아타운은 1구역(세원부동산) 신청으로 시작됐다. 1구역 주민들은 십여년 전부터 노후화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사업성이 부족한 탓에 재개발에 힘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아타운 제도를 만들자, 1구역은 2~6구역까지 포함해 자치구 공모에 나섰고 후보지로 선정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1구역 추진위원장은 "1구역 주민동의율은 이미 80%를 넘어 조합설립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다른 구역과 속도 차이가 확연히 나긴 하지만, 보조를 맞추며 속도조절에 나서기보다 일단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구역의 사업 진행이 잘 되지 않을 경우라도 1구역은 독립적으로라도 가야 한다는 게 1구역 추진위원장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산동은 모아타운 후보지 중에서 입지가 좋은 편에 속하지만, 모아타운 관리계획(안)이 수립되기 전에 구역별 추진 주도권을 두고 주민들의 혼란이 야기된 게 사실"이라며 "지금의 대치상황이 계속될수록 사업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므로 모아타운 관리계획(안)이 나오기 전에는 확실한 교통정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