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정신이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 난리입니다. 요새 만나면 어디로 떠나느냐는 이야기부터 합니다. 50년 넘게 살아온 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시원 섭섭합니다. 동사무소 가서 떼야 할 서류들이 많아 아침 8시 다녀오는 길인데,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모두 정든 동네 떠나려고 하니 착잡하신 모양입니다. 내년 5월까지 이 많은 사람들 다 어디론가 떠나겠지요?"
이달 중순, 인적 드문 한남3구역 내 골목에서 만난 A세입자는 아쉬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남3구역 이주 기간은 올해 10월 시작돼, 내년 5월까지다. A세입자는 재개발 구역지정이 되기 전부터 수십여년 간 살아왔다. 세입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혜택은 ▲임대주택 ▲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이사비) 등이 있다. A세입자는 며칠 간 SH공사 홈페이지에서 임대주택을 고르느라 밤잠을 설쳤다.
가용 가능한 보증금과 월세를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직장 근방으로 마음에 드는 임대주택을 하나 골랐다. 임대주택 임주신청서를 작성하면, 조합은 세입자들을 대신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서류를 제출하는 구조다. 물론 들어가 살 집을 선택했지만, 100% 입주가 가능한 건 아니다. 임대주택 입주가 확정되기 전까진 계속해서 알아볼 생각이다.
임대주택 대상자는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날을 기준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 3개월 전부터 이주하는 날까지 계속 거주하고 있는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다. 주거이전비 대상자는 한남3구역 구역지정 공람공고일(2009.04.03)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주거이전비(세입자)는 통계청이 조사·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의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비의 4개월치를 준다. 무허가건축물(공부상 1984년 1월 24일 이전 건축물)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경우,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1년 전(2008.04.03)부터 거주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동산이전비(이사비)는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일(2019.03.29) 전부터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들이 받을 수 있다. 이사비는 주택연면적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말해, 집이 클수록 이사비도 많이 받는다.
보상을 받으려면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건물 전기·수도·도시가스를 폐전한 뒤 공가처리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이주를 진행한 곳에서 전입신고도 새롭게 완료해야 한다. 새로운 주소지의 주민등록등본 1부를 제출해 확실하게 전출했다는 점도 증빙해야 한다. 주거이전비 및 동산이전비는 접수 시 제출한 통장으로 매주 1회 입금된다.
길거리를 걷다 만난 한남3구역 B조합원은 개발을 기다리면서 청춘을 다 보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재개발이 이렇게나 오래 걸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재정비촉진계획(안)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주-철거-착공-준공까지 불필요한 지체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전했다.
기본 이주비의 경우, 무주택자·1주택자는 종전자산평가금액의 50%, 2주택자 이상(1+1 포함)은 종전자산평가금액의 30%까지 나온다. 대출금리는 4% 초반대다. 추가 이주비의 경우, 무주택자·1주택자는 LTV 50%, 2주택자 이상(1+1 포함)은 LTV 60%까지다. 대출 기간은 최대 5년, 대출금리는 6% 후반대로 알려져 있다. 추가 이주비는 조합이 대납하고 향후 조합원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받는 구조다.
한남3구역에서 오랫동안 술집을 운영하는 C상인은 "상가 보상은 영업손실 비용 보상과 시설 설비에 대한 보상금(인테리어·집기·냉장고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조합에서 3년치 매출액과 세금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 냈고, 시설 설비는 감각상각 비용을 제하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가처리를 완료한 후 약 3주 뒤 입금될 예정이며, 공가처리 비용을 제하고 보상금이 나오는 것으로 안내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7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의원 선출에 나선다. 150여명 가량의 대의원 선출을 앞두고 있는데, 대의원들마다 선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의원 임기는 3년이다. 종신제에서 3년 임기제로 대의원 임기 제도가 변경되면서 한남3구역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