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증산4구역이 공모 출품작으로 선정된 건축설계(안)를 수용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에 전달했다. 당초 사유재산을 LH공사에 현물납부로 넘기는 것에 반감을 느꼈던 여타 후보지와 달리, 증산4구역은 주민대표기구를 필두로 주민들의 의견이 잘 모아지며 본지구 지정까지 사업속도를 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10일 정비업계 따르면 증산4구역은 최근 공모작으로 선정된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와 강남종합건축사사무소의 건축설계안을 폐지하고 전면 재수정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LH공사에 발송했다. 증산4구역은 지난 달 29일 주민대표회의를 열어 건축설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의견을 모았다. 공모지침서 상 '공공기여도' 부문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창의적인 설계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게 주민 측 의견이다.
주민들이 설계 무효화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일조권(북서향·북동향이 대거 설계에 포함돼 있음) ▲중정형 구조('ㅁ'자 형태로 아파트 중간에 정원을 넣는 구조가 정중앙 메인동으로 들어가 있음) ▲주변과의 단절(40층 타워형 건물이 바깥쪽에 자리잡아 연접해 있는 증산3구역·5구역과 동화되지 못함) 등이다. 무엇보다 주거용 아파트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중정형 구조를 특화설계로 넣었다는 점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홍대 증산4구역 주민대표는 "중정형 아파트 구조는 토지면적이 작은 단지에서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임대주택 설계 방식"이라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 2005년경 은평뉴타운에 적용했으나, 15년이 지난 지금 중정형아파트 정원은 햇빛이 들지 않아 말라죽은 식물들로 참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반영 용적률(20%)을 추가하고, 건폐율을 최대한 낮춘 형태로 재설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증산4구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처럼 쪼개놓은 6개 구역을 1개 구역으로 통합하고, E자형·중정형·정방향 타워형 구조를 일자형·ㄴ자형·ㅅ자형으로 설계해 채광과 통풍이 원활하도록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167,000㎡)인 증산4구역은 건축설계안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시내 본지구로 지정된 6곳 중에서도 주민 단합이 잘 됐던 곳으로 평가받았다.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작년 12월 총 21곳의 후보지가 지정 철회됐다. 통상적인 재개발 방식인 관리처분이 아닌 현물선납으로 이뤄지는 탓에 주민 반발이 극심했던 곳들이다. 서울에서 본지구로 지정된 6곳은 ▲은평구(증산4구역·연신내역) ▲도봉구(방학역·쌍문역동측·쌍문역서측) ▲영등포구(신길2구역)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산4구역 주민대표기구의 반발이 있었지만, 전면 재수정은 쉽지 않은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시행자이자 소유권을 가진 주체는 LH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내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하는 LH와 아파트 미래가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증산4구역 주민들 간의 간극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이같은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