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촬영지로 명소가 된 아현1구역(699번지 일대)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민원성 글을 올리며 마포구청을 상대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의 단체 행동은 마포구청이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을 비교·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촉발됐다. 올해 8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인허가 절차를 착실하게 준비하던 아현1구역 주민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8일 정비업계 따르면, 마포구 홈페이지 게시판(구민에게 듣겠습니다)은 아현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을 촉구하는약 700여개 글들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달 2일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이는 항의성 방문글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현1구역 주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까닭은 마포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을 비교·검토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것과 관련 있다.
아현1구역은 2020년 말 정비계획(안) 수립을 위한 공람공고가 진행됐고, 올해 8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관련 인허가 절차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 불과 2달 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공공재개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정도로 사업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해 왔다. 좁은 골목과 막다른 도로가 즐비한 아현1구역은 서울 시내에서도 하루 속히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노후화된 구역으로 손꼽힌다.
아현1구역은 오래 전부터 여러 재개발 사업이 혼재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곳이다. 한때 역세권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추진 주체들이 우편물을 발송하면서, 마포구청에서 아현1구역은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서 역세권시프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공문을 주민들께 발송한 사례도 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발탁되면서 혼재돼 있던 여러 사업도 정리되는 듯 했지만, 다시 수면 위로 이슈가 부상한 것이다.
아현1구역은 주민 대다수가 공공재개발에 찬성한 상황에서 행정관청에서 민간재개발과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온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 민간재개발을 추진코자 하는 주민들이 마포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제기된 민원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여론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마포구청과 아현1구역 주민들과의 소통 과정과 그 내용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현1구역 주민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사실상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민간재개발 얘기가 마포구청에서 나오자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마포구청에 글을 올렸다"면서 "마음이 맞아도 어려운 게 재개발인데, 구청과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이뤄진 것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아현1구역 주민들의 거주환경을 마포구청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 주민들이 재개발 속도에 예민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