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인 용산구 원효로2가·용문동(이하 효창공원앞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12일 개최했다. 주민들의 사업 이해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찬성·반대 측 주민들은 2시간 내내 소득없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행사 종료 후 인터뷰에서도 좁혀질 수 없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는 게 대다수 주민들의 답변이었다.
이날 오후 2시 백범 김구 기념관은 컨벤션홀을 가득 메운 약 700명 가량의 주민들로 북적였다. 660석 규모의 대형 강당이었음에도 앉을 자리가 없었던 건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업설명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엔 주차장 출구 앞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30여명이 칼바람을 이겨내고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사업시행자인 LH가 현물선납 형태로 주민들의 재산권을 수용해 간다는 게 이들의 한 목소리였다.
주민들의 일촉즉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형 건설사들은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컨벤션홀 입장을 위한 로비에는 대형 건설사(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가 합작해 만든 현수막 '꿈★은 이루어진다. 명품아파트!!'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현수막 앞에선 주민주도 추진위원회가 희망평형 설문조사지를 나눠주고 있었고, 한켠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반대 홍보물로 맞대응했다.
사업설명회는 시작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효창공원앞역을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는데, 정작 행사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범상 용산구청 주택사업팀장이 연단에 올라와 국토부 담당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참석이 불가했음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자 장내는 빠르게 정돈했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제도 설명과 현물보상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1차 사업설명회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주민들의 이해도 도모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세한 사업계획과 보상내용은 사업이 진행되면 2차 사업설명회를 열 예정이며, 주민들이 개발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서울시·용산구청이 강제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음을 본격적인 PT 발표에 앞서 주민들한테 당부사항으로 알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발표자는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주민들이 주도하는 사업이며, 공공기관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을 것"이라며 "LH가 수수료를 포함한 개발이익을 가져가려고 해당 사업에 힘쏟고 있는 게 아니라 민간을 통해 사업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공공의 역할을 통해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힘쓰려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Q&A) 시간에선 ▲세대별 추가분담금 ▲이주비·분담금 대출금 ▲현물선납 시 양도세 이연(비과세X)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질문들이 연달아 나왔다. 이에 LH는 개략적인 추가분담금은 감정평가 진행 후 나오고, 이주비 및 분담금 대출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대출 금융기관과 협의 후 안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물선납 시 양도세를 이연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라는 게 LH의 설명이다.
추가적으로 임대주택사업자 세금 혜택 유지와 현금청산 대상자 특별공급권 부여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석한 주민들 중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사업자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현물선납을 하게 될 경우, 기존에 받았던 세금 혜택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답을 LH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때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A주민은 "올해 1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에 선정된 이후 별다른 진척사항도 없이 또 허송세월을 보낸 느낌"이라며 "통상적인 민간재개발이 아닌 LH 주도의 공공재개발이라는 점에서 주민들 간 갈등 양상이 완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국토교통부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부연했다.
다른 B주민은 "현물선납을 하게 될 경우, 다가구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당장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부터 이주비, 추가분담금까지 높은 이자가 적용될텐데 그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는 마당에 비용 대비 투자수익률 측면에서도 아직 성공사례도 없는 3080+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어떻게 믿고 도장을 찍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