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해부터 재건축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웠던 '구조 안전성' 비중이 현행 50%에서 30%로 줄어들어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진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의 2차정밀안전진단도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구청장)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 수순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평가항목 중 가장 까다로웠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30%로 낮추는 반면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은 각각 30%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구조안전성(30%) ▲주거환경(30%) ▲건축마감·설비노후도(30%) ▲비용편익(10%) 등 재조정된 가중치를 적용해 재건축 실시 여부를 판명하게 된다.
재건축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행 기준은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재건축(30~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인데, 2003년 안전진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오랫동안 '조건부재건축' 범위가 넓게 유지돼 재건축 판정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안전진단을 마친 46곳 현장 중에서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없다.
이에 '조건부재건축'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일 경우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준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또한 조건부재건축이 나오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국토안전관리원)의 2차정밀안전진단도 지자체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한다. 지자체 요청이 있을 때에도 1차 안전진단의 모든 내용을 확인했던 현행 기준과 달리 확인이 필요한 사항만 진행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2차정밀안전진단은 통상 7개월이 걸린다"며 "비용적 측면에서도 1,500세대를 기준으로 2차정밀안전진단에 평균 1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도모할 필요가 있어 2차정밀안전진단을 지자체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018년 3월(구조안전성 비중 50%·적정성 검토 의무화) 이후 안전진단을 완료한 아파트 46개 단지를 사례로, 내년부터 바뀌는 안전진단 제도를 시범 적용해 본 결과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12개로 집계됐다. 금번 개정안은 현재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단지에 모두 적용된다. 현재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대상이지만, 아직 적정성 검토를 완료하지 못한 단지도 개정된 규정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