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은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부동산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정비법은 ‘매도청구권’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도시정비법은 크게 2개 조문으로 나눠 매도청구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①처음부터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미동의자들에 대한 매도청구(도시정비법 제64조)와 ②조합설립에 동의하였으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매도청구(도시정비법 제73조)이다.
매도청구권은 그 행사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법정 요건과 기한을 잘 파악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변호사와 상의하여 철저하게 소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1.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 서로 다른 매도청구 요건
조합설립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는 도시정비법 제64조가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은 조합설립 미동의자에 대하여 시행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설립 동의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이하 ‘최고’)하여야 한다. 미동의자는 위 촉구서 받은 후 2개월 이내에 회답해야 하며, 회답하지 않을 경우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재건축 조합은 위 2개월의 회답기간이 만료된 때부터 2개월 이내에 미동의자를 상대로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현금청산자에 관한 매도청구는 도시정비법 제73조가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ㆍ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와 손실보상에 관한 협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도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 만약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위 기간의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를 상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미동의자의 경우 조합설립 동의에 관한 최고 절차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현금청산자의 경우 위와 같은 최고 절차가 없다. 현금청산자의 경우 이미 조합설립에 동의한 후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최고 절차가 필요 없다.
2. 사업시행인가 후 30일 이내 최고 등 법정 기한을 철저히 준수해야
미동의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합설립에 관한 ‘최고’ 절차가 적법해야 하며 그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 후 반드시 30일 이내에 최고를 해야 한다. 만약 위 기간을 도과할 경우 매도청구가 기각될 수도 있다. 또한 적법한 최고 이후에도 회답기간 도과 후 반드시 2개월 이내에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은 제척기간이며, 그 기간 내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기간 도과로 소멸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번 매도청구권이 소멸할 경우, 다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사업시행계획인가만 다시 받으면 매도청구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와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아야 다시 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구 도시정비법 시절 우리 대법원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새롭게 받던, 사업시행인가를 새롭게 받던 두 절차 모두 조합 사업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매도청구에 관한 법정 기한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한편 현금청산자에 대한 매도청구의 경우, 행사기간이 도과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 다만 현금청산자에 대한 매도청구 제소기간을 도과할 경우 최소 연5%에서 최대 연15%의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위와 같이 매도청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 기간 준수 여부이다. 그러므로 재건축 조합은 법정 기한을 정확하게 따져보고, 반드시 그 기한 내에 해당 절차 및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3. 매도청구 소송 확정 후 조합원 지위 인정 가부
과거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재건축조합 표준정관에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미동의자도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재건축조합이 위 정관내용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조합설립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이 확정이 되어 최종적으로 조합이 승소한 이후에도 미동의자가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우리 도시정비법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조합 ‘정관규정’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2023년 6월 선고한 재건축조합원지위확인청구 사건을 살펴보면 하기와 같다.
“피고 정관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사업 구역 안에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는 사람이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고 있었더라도 분양신청기간까지 조합설립에 동의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택재건축사업 시행자인 피고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업 구역 안의 토지 등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더라도,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토지 등 소유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토지 등 소유자는 분양신청기간까지 피고를 상대로 조합설립에 동의함으로써 피고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재판상 행사한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이 사건 사업 구역 안에 있는 이 사건 아파트 소유권자가 원고인 이상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의 분양신청기간 내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여 피고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실제 조합설립에 동의함으로써 피고 조합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4. 재건축 조합 정관개정의 필요성
결국 조합 정관 규정에 따라서 매도청구소송이 확정된 미동의자에 대해서도 조합원 지위를 다시 인정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재건축 미동의자들 중에는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회답기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청구 소송이 계속되는 중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노려 매도청구 시가감정의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소송 중간에 동의서를 제출해 조합원의 지위를 취득한 이후 분양신청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현금청산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조속히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매도청구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조합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필요 없는 소송을 제기해 비용을 낭비한 형국이 되기도 한다.
매도청구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할 때 매도청구 대상자가 되어 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서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필요성은 상당히 낮다. 분양신청기간 전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굳이 재건축조합의 정관에 규정해 놓을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위와 같은 재건축 조합의 정관 규정은 신속히 개정하여 효율적인 사업진행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글 =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kjw@centro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