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희망합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한남5구역 곳곳에서 포착됨에 따라 정비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한강변에 자리한 핵심 입지임을 감안할 때, 현수막 단어 '모든 건설사'에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남5구역 조합이 해당 내용의 현수막을 게첩한 배경으로는 DL이앤씨의 단독응찰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조합원들의 아쉬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9일 정비업계 따르면 한남5구역 조합은 구역 내 곳곳(경로당·동빙고동 버스정류장·양지맨션 앞 등)에 모든 건설사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버스정류장과 경로당 등 주민들 왕래가 잦은 곳에서 현수막이 발견됐다. 현수막과 별개로, ▲삼성물산 ▲롯데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에 참여 요청 공문도 최근 발송됐다.
한남5구역은 이달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계획(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이 임박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합은 이미 지난 해부터 도급순위 상위 10개사를 중심으로 입찰 참여 의향을 꾸준히 타진해 왔고, 간담회도 수차례 개최하며 시공사 선정 작업에 공들여왔다. 다만, 오래 전부터 수주에 힘써온 DL이앤씨의 단독응찰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면서 경쟁입찰을 희망했던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복수의 시공사가 경쟁입찰을 진행할 경우, 유리한 공사조건을 받아낼 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남4구역의 경우 경쟁입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한남4구역도 경쟁입찰이 성립될지 여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기에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현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와 달리, 한남5구역은 DL이앤씨를 제외한 다른 건설사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이 DL이앤씨의 단독응찰에 따른 유찰, 2번 유찰 후 수의계약 전환 수순을 염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DL이앤씨는 잠실우성4차 1차 입찰 때 참여했으나, 2차 입찰 때에는 단독입찰로 가닥이 잡히면서 전략적으로 불참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아크로)를 적용하기 위해선 평당 공사비 800만원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수의계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추진위원회 시절, 사무실 임차보증금을 빌려줬던 삼성물산도 현재는 한남4구역으로 목표 타겟을 변경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조합 측에 임차보증금을 반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남2구역은 지난 2022년 시공사 선정에 나섰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남3구역은 무려 3곳(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현대건설이 최종 승전보를 울린 바 있다.
한남5구역 조합원 입장에선 DL이앤씨의 단독응찰보다 경쟁입찰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선택 옵션이 많아진 시공사 간 교통정리가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시공사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사업장이 많아진 셈이다.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대외 공사 여건이 악화된 점도 영향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이익 창출이 제1의 목표이기에, 사업장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가고 싶어할 것"이라며 "조합 집행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시공사 선정 과정과 결과는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아니겠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