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삼풍아파트가 신탁방식의 정비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자 이달 22일(토), 23일(일) 설명회를 개최한다. 업계 자웅을 겨루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컨소시엄을 맺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개 추진위로 나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신탁방식을 선택할 경우 자연스레 내부 통합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일 정비업계 따르면 서초삼풍아파트는 신탁방식과 조합방식을 두고 여느 재건축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서초삼풍아파트 삼풍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이달 4일(화) 우선협상대상 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를 나라장터에 올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탁사는 삼풍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정비구역 지정이 된 후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순서다.
삼풍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적격심사 기준표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이 한국토지신탁에 앞설 수 있는 평가 항목이 있다. 업무 수행실적 평가 부문에서 '서울시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확정 실적'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사업시행자인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재건축 사업장(신속통합기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두 신탁사는 경쟁보단 컨소시엄을 구상해 참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서초삼풍아파트가 주민 투표를 통해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두 신탁사는 사업비율을 결정해 신탁수수료와 신탁계정을 통한 대여금 비율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은 신탁계정을 통한 대여금리를 무보증 회사채 BBB+ 등급의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부동산 시장과 사업장의 특색을 감안해 기준으로 삼은 금리에 스프레드 마진을 얹는 구조다. 신탁수수료율은 매출총액의 약 2~4%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때 매출총액은 재건축 사업의 분양수익을 의미하며, 신탁수수료는 추진준비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서초삼풍아파트는 내부적으로 2개 추진준비위원회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동별 동의율을 확보해야 하는 터라, 2개 추진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은 통합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의 계기로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진준비위원회가 복수이기 때문에 향후 세력을 하나로 합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신탁방식을 통한 정비사업 붐이 일고 있는 것도 서초삼풍아파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신탁방식은 추진위원회 설립과 조합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사업 초기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면, 시공사 입찰보증금을 사업비로 전환해 쓰기 때문에 신탁사의 자금 조달 역할은 사업 초기에 국한된다. 신탁사를 선정할 때에는 자금 조달 역할보다는 재건축 사업 노하우와 인허가 작업에 충분한 역량을 가졌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