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의 입찰제안서를 조합원들한테 공개하지 않기로 해 조합원들 사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론 조합원들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돕고자 입찰제안서를 총회 책자에 그대로 첨부해 제공하는 사업장이 다수다. 하지만 한양아파트는 입찰제안서 대신 200페이지 분량의 홍보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4일 정비업계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2개 건설사(포스코이앤씨·현대건설)가 지난 20일(수) 제출 완료한 입찰제안서를 조합원들한테 발송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마쳤다. 입찰제안서에는 ▲조합원 이주비 조건 ▲사업비 대여금 조건(금액·금리·상환방법 등) ▲공사도급조건(물가상승·지질여건·공사기간) ▲분양조건 등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비교해야 할 내용들이 기재돼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자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전제로 조합원들한테 제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기재해 입찰제안서에 포함했다. 당초 KB부동산신탁은 입찰제안서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자체적으로 각각 200페이지, 500페이지 분량으로 입찰제안서를 만들었다. 다만 한양아파트는 입찰제안서가 아닌 별도의 200페이지 분량 홍보물을 조합원들한테 총회 책자와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KB부동산신탁은 양사가 제안한 조건을 바탕으로 비교표를 만들어 소유주들한테 배부하고, 개별적으로 요청할 경우 전자적 방식으로 입찰제안서를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합원들한텐 홍보물만 공식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한양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선 건설사가 최초 제안한 입찰제안서를 조합원들이 직접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의 경우 500페이지 분량의 입찰제안서를 200페이지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요 내용이 누락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과 두 곳 건설사는 입찰지침서 해석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KB부동산신탁은 입찰제안서 배포 여부는 사업시행자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건설사들은 입찰제안서도 토지등소유자들한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건을 있는 그대로 비교해 보는 게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선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양아파트 A조합원은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다른 사업장에서는 시공사의 입찰제안서를 제공했던 만큼, 한양아파트 또한 조합원들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각 사 또한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심 끝에 입찰제안서를 만들었을 텐데, 입찰제안서 대신 홍보물로 갈음한다는 게 사실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조합원은 "과거와 달리, 요새 조합원들은 정비사업 관련 책자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살펴본다"며 "시공사 입찰지침서 상 문구 변경으로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된 만큼, 금번 입찰제안서 배포 관련해선 사업시행자와 시공사 간 잡음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낸 노량진1구역은 입찰지침서에 입찰제안서 분량을 사전에 정해 놓기도 했다"며 "한양아파트는 입찰제안서 분량을 정해놓지 않았고, 이를 조합원들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배포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해놓지 않아 현재 이같은 잡음이 발생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시공사 선정 관련해선 조합원들의 재산권과 가장 크게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입찰제안서 제공을 둘러싼 갈등 요소도 결국은 조합원들의 목소리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하5층-지상 최고 56층, 아파트 956세대와 오피스텔 210실을 짓는 프로젝트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은 각사가 보유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한양아파트 경쟁입찰에 참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론칭한 오티에르(HAUTERRE)를, 현대건설은 디에이치(THE H)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