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갈현1구역이 올해 정기총회를 열어 예산안과 자금 차입, 임원(이사 1인·감사 3인) 해임안을 올린다. 미이주 세대가 남아 있어 부분철거를 진행 중인 가운데, 조합원들은 은현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학교부지 등의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분담금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갈현1구역은 2022년 8월 기점으로 이주를 시작했지만, 구청으로부터 아직까지 철거계획서를 승인받지 못한 상황이다.
9일 정비업계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유국형 조합장)은 이번 주 토요일 2024년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총회 상정 안건은 ▲제1호(2024년 조합운영비 예산) ▲제2호(2024년 정비사업비 예산) ▲제3호(2024년 수입 예산) ▲제4호(자금의 차입) ▲제5호(감사 3인·이사 1인 해임 및 직무정지) ▲제6호(기본이주비 미수령자에 대한 대출이자 정산 의결) 등이다. 앞서 지난 달 12일 대의원회를 열어 상정 안건들을 가결한 바 있다.
조합이 제4호 안건으로 올린 자금 차입 규모는 약 2,407억원이다. 차입 목적은 조합운영비 및 정비사업비 활용이다. 운영비 및 사업비는 향후 조합원 부담금 및 일반분양 수입금으로 상환한다. 제5호 안건은 감사3인과 이사1인의 해임안이다. 조합은 이들이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해 조합업무를 방해하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갈현1구역 내에선 비상대책위원회가 집행부 해임 목표로 활동 중이다.
갈현1구역 조합이 직면한 ▲은현교회 보상문제 ▲학교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조합 임원 해임 총회 등을 해결하지 못해 실착공일이 계속 늦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갈현1구역은 지난 2022년 5월 관리처분계획(안) 인가를 받은 직후 이주 작업에 곧장 착수했다. 자진 이주 기간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2월까지였다.
기본이주비는 종전자산평가액의 40%가 나갔으며, 대출금리는 Cofix 기준금리(6개월, 신규취급액 기준)에 가산금리(2.58%)를 더해 결정된다. 이주비를 신청하던 지난 2022년 6월 Cofix 기준금리는 1.98%였다. 입주 시 만기 일시상환 조건이다. 현재 조합에서 매달 금융기관에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조합이 납부한 이자 전액은 조합원들이 향후 입주 시 정산을 완료해야 한다.
지난 2023년 12월 Cofix 기준금리는 4%다. 이주비 신청 시기(2022년 6월)와 비교하면, 약 2.02%가 올랐다. 사업장 규모도 큰 편이라, 철거 작업에도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조합원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철거 기간 내 은현교회와 학교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착공계가 늦어질 경우,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갈현1구역의 평당 공사비는 약 436만원이다. 물가상승(Escalation)이 적용되는 시점은 2022년 11월이다. 조합과 롯데건설은 실착공일까지 소비자물가지수(통계청) 또는 건설공사비지수(한국건설기술연구원) 중 변동율이 낮은 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향후 롯데건설과 시공비 증액 협상에 나서야 한다. 설계 변경과 물가상승을 적용할 경우, 평당 공사비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기존 공사 조건들도 변경될 가능성이 많다.
한편, 은현교회는 교회가 보유한 토지는 2,377㎡로, 조합에서 대토하기로 한 부지(1,679㎡)와 차이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교회가 보유한 토지(2,377㎡) 규모의 대토와 보상(신축·이전)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이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은평구청은 은현교회가 소유하고 있는 종교부지 면적을 감안해 결정했으며 보상 비용은 조합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은 협의가 마무리되기 전, 은현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건물인도)을 제기했다. 명도소송은 강제 수용 전 단계다. 은현교회는 조합을 상대로 반소(명도소송에 대한 소송)했고, 지난 달 15일 예정된 명도소송(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 선고는 연장됐다. 1심 판결이 무기한 연장됨에 따라, 갈현1구역과 은현교회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갈현1구역 A조합원은 "이주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철거조차 못하고 있어 사실 불안한 마음"이라며 "지금은 조합이 대출이자를 대납해주고 있지만, 향후 입주할 때 내야 할 분담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조달비용과 건설 원자재값은 계속 오를텐데, 은현교회와 학교부지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착공이 가능할지도 이제는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B조합원은 "이자도 이자이거니와, 무엇보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롯데건설과의 시공비 증액 협상이 제일 걱정된다"며 "이미 2022년 11월부터 물가상승이 적용되고 있는데, 평당 공사비가 2배 이상 뛸 경우 사업성이 악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주 정기총회를 통해 조합에서 조합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안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