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신당동에서 남산타운아파트(5,150세대)에 이어 두번째 몸집을 자랑하는 약수하이츠아파트(2,282세대)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앞두고 전열 재정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업을 도와줄 협력사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론 관리규약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론 주민들의 리모델링 찬반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 따르면 약수하이츠아파트는 오는 3월 정비업체·설계업체·법무사·감정평가사 등 협력업체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약수하이츠아파트는 작년 11월 협력업체 선정 공고를 낸 지 9일만에 변경 공고를 냈다. 변경된 내용은 입찰지침서 제9조(선정 방법, 선정결과의 통보 및 계약 체결) 1항으로, 선정 권한을 대의원회에서 추진위원회로 바꿨다. 후보업체들을 평가순위를 토대로 기호(순번)를 배정하는 방법도 삭제했다.

올해 3월 예정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주체는 약수하이츠 추진위원회로, 향후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는 경우에는 그대로 승계되는 구조다. 용역계약이 승계된다는 말은 조합의 계산으로 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발주자(추진위원회)의 고유재산으로 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체결됨을 의미한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선 돈이 없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용역비용도 조합설립 이후 지급된다. 입찰지침서 제10조(기타)를 보면 입찰 소요 비용은 입찰자가 전액 부담하며, 향후 발주자는 선정된 입찰자에게 금전소비대차 등을 통한 대여를 요청할 수 있다.

약수하이츠아파트는 정비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서 징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조합원들의 동의율은 전체 소유자의 66.7% 이상, 동별 50%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조합설립인가 동의서를 징구하기에 앞서 설계사·감평사를 통해 개략적인 사업성과 추정분담금, 기본 설계(안)을 마련해야 한다.

설계사는 리모델링의 3가지 방향성(수직증축·수평증축·별동증축)을 전제로 설계도를 작성하며, 감정평가사는 권리변동계획 수립을 위해 종전·종후자산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약수하이츠는 기존 용적률로 이미 255%를 쓰고 있어 재건축 사업성은 없는 편에 속한다. 3종일반주거지역 내 용적률은 200% 이상 300% 이하다. 특히 올해로 준공 24년차로 아직 재건축을 시도할 만한 연한은 아니다.

최근 젊은 세대들로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리모델링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도 앞선 배경과 무관치 않다. 물론 남산타운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약수하이츠도 거주 불편함이 없어 여전히 개발사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주민들도 존재한다. 일부 주민들은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진행하는 게 향후 미래가치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약수하이츠도 협력업체 선정을 계기로 주민동의율(66.7%)을 확보할 수 있을지 올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옆 동네인 남산타운아파트도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지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원치 않는 주민들의 입장이 견고한 터라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2개 추진위원회가 통합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