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1구역이 '조합장 리스크'로 인해 1년째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공사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을 위한 총회 속행이 가능할지 정비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둔촌주공 사태를 떠올리며 현대건설의 공사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대조1구역이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합원들의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다.
15일 정비업계 따르면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직무대행자 유도엽 변호사)은 이달 3일 예정돼 있던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조합원이 제기한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2023카합50518) 관련 인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양보열 전 조합장이 현재 법원으로부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상태라, 조합장으로서의 총회 소집권한(직권상정)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양보열 전 조합장은 총회 소집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달 19일 [2023년 제2차 임시총회] 개최공고를 냈다. 총회 상정키로 한 안건은 ▲제1호(조합원 분양계약 체결) ▲제2호(조합원 부담금 대출 금융기관 선정) ▲제3호(조합 사업비 추경예산 및 수입예산 변경) ▲제4호(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 등이다. 이중 단연 시급했던 안건은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의 건이다.
대조1구역은 지난해 은평구청으로부터 착공신고를 득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지급해야 할 공사비를 미납하고 있다. 예정대로 총회가 개최됐더라면, 조합은 이달 조합원들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뒤, 다음 달 계약금(10%)과 중도금(30%)을 받아 현대건설에 지급할 계획이었다. 다만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물리적인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연내 공사비 지급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 내분으로 착공 후 1년이 지났음에도 공사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하루 속히 조합 정상화가 이뤄져 안정적인 사업 도모가 가능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조합원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잘 모아진다면 '공사 중단'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송사건절차법 제85조(직무대행자의 상무 외 행위의 허가신청)에 따르면, 조합 직무대행자(유도엽 변호사)는 조합원 분양계약을 위한 임시총회 허가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직무대행자는 집행부 구성의 효력을 둘러싼 각종 소송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 직무가 정지됐을 경우 법원이 선임한다. 조합 직무대행자는 사업이 중간에 표류하지 않게끔, 분양계약은 물론 계약의 이행과 자금 집행 등의 주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직무대행자는 조합의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연속성 확보 차원에서 법원이 선임하는 자리"라며 "대조1구역도 직무대행자가 상무 외 행위 허가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한번이라도 중단될 경우, 향후 재개하기까지의 금전적 손실은 모두 조합원들이 고통 분담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대조1구역은 지난 2021년 5월 양보열 전 조합장을 해임했지만, 이듬해 1월 선출 총회에서 다시 뽑혔다. 조합원A는 작년 3월 조합을 상대로 총회결의 효력정지 소송(2022카합50180)을 걸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2심(서울고등법원·2022라20752)은 부분인용 결정을 내렸다. 우편투표 방식을 위배한 무효표(110표)가 최다득표자와 차순위득표자의 득표 차이(84표)를 초과하고, 개표가 시작되기 전 투표함을 열고 제출된 투표용지를 넣은 후 다시 봉인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선거의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 내용이다.
작년 12월엔 조합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2022카합50649)과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2022가합36653)을 제기했고, 올해 2월 각각 인용결정과 승소판결을 받았다. 법무법인 산하가 대리하는 대조1구역은 조합원A를 상대로 항고(서울고등법원)와 재항고(대법원)까지 진행했지만, 올해 8월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를 받았다. 대법원에서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한 것이다.
대조1구역 A조합원은 "단추가 어디서부터 잘못 꿰어졌는지 이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으로 고착화됐다"며 "점심시간 때, 함바집에서 식사하는 공사 인력들을 보며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모든 재개발은 개인의 사리사욕에서 비롯된다고 들었는데, 수백명 조합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기에 무탈하게 진행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5월 최초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안)을 올해 5월 다시 변경 인가를 받았다. 변경된 관리처분계획(안) 주택공급물량은 총 2,451세대로, 조합원·일반분양(2,083세대)과 임대주택(368세대)으로 나뉜다. 조합원 1,492명의 분양 내역은 ▲공동주택(1,460명) ▲주택 및 상가(25명) ▲상가(6명) ▲순복음신학교(1명) ▲청산·수용(98명) 등으로 구성된다. 내년 초로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은 483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