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청이 노량진1구역의 시공사 선정계획(안) 검토를 2달여 만에 마치고 일부 내용 수정을 요청해 왔다. 검토 결과를 받아든 노량진1구역 조합원들은 동작구청이 발주자(조합)의 권한을 대부분 삭제하고, 시공사(건설사)의 권한을 대폭 확대시켰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리는 분위기다. 오래 전부터 홍보공영제를 도입한 뒤, 조합원들과 소통하며 시공사 입찰지침서를 마련해 온 조합은 동작구청에 다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18일 정비업계 따르면 노량진1구역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계획(안)과 관련해 동작구청의 검토결과를 소식지로 안내받았다. 구청이 수정 요청을 해온 부분은 크게 ▲홍보규정 및 위반시 제재 조치 ▲일반사항(입찰시 준수사항) ▲시공사 입찰참여 규정 ▲입찰제안서 작성 기준 ▲공사도급계약서 작성 사항 등으로 구분된다.
일례로 조합은 합동홍보 설명회를 진행할 경우, AV시스템 등 집기는 시공사에서 준비토록 기재했다.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 상 시공자 홍보지침에 따르면 AV시스템을 포함한 홍보물은 시공사에서 준비하도록 안내돼 있다. 하지만 이 건과 관련해, 구청은 AV시스템을 조합에서 준비하도록 수정 요청을 내렸다.
조합은 개별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홍보를 하다가 적발되면, 1차(경고)-2차(입찰자격 박탈)-3차(입찰보증금 조합 귀속 및 관계기관 고발조치)를 진행한다고 기재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개별적인 홍보를 하는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해당 입찰은 무효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조합은 규정에 따라 세부적인 사항을 적법하게 규정했지만, 구청은 1차(경고)-2차(경고)-3차(입찰자격 박탈·입찰보증금 조합 귀속·관계기관 고발조치)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재 조치 또한 조합은 이사회에, 구청은 대의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또한, 조합은 입찰보증금(500억원)을 현금(2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300억원)으로 입찰마감 2일 전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입찰참여안내서에 기재했다. 다만 구청은 계약 관계법령을 적용해 입찰보증금(500억원)을 현금·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입찰참가신청마감일까지 납부해야 한다고 수정사항을 보내왔다. 조합은 현금과 이행보증보험증권 관련한 납부 비율을 명확히 했지만, 구청은 협상 여지로 남겨둔 것이다.
이밖에도 조합은 입찰참여안내서 상 일반분양 아파트의 마감재 옵션(선택사항) 관련해서도 사전 승인을 받아 시공해야 한다고 기재했으나, 구청은 시공과 관련된 사항으로 설계도서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고 입찰참여안내서에서는 삭제토록 의견을 냈다. 조합은 동작구청이 관련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시공사 위주로 판단했다며, 이같은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분담금으로 돌아와 시공사 선정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자와 계약 이후 2년 이내에는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없고,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구청에서는 해당 내용이 계약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적시했다. 또한, 조합은 노량진1구역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 고시됐기 때문에 원안설계 외 특화설계·대안설계 입찰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구청에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46조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에서 대안설계를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문구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노량진1구역 A조합원은 "조합에서는 오래 전부터 홍보 공영제를 실시하며, 시공사 입찰지침 내용을 공유해 왔다"며 "조합에서도 법적 자문을 받아가며 만든 입찰지침서인데 조합에서 제시한 지침 내용을 지킬 수 있는 시공사만 들어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동작구청과 노량진1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 내용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아진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행정절차는 관청에서, 비용집행은 HUG에서 관리·감독하는 게 맞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을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할 입찰지침서 관련해서 구청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전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조합과 유력 시공사 간 내부교감을 통해 입찰지침서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며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수주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구청에서 입찰지침서 관련 수정 의견을 이렇게 많이 요청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구청에서는 조합이 결정한 시공사 입잘지침 내용 관련해서 수정요청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현재 관내 시공사 선정 관련해서는 도시개발팀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며 "조합에서 제공한 입찰지침서 내용 중 표준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행정청의 행정지도는 일반적으로 법위반 우려가 있을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통례이며 또한 타당하다"며 "조합이 자치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까지 행정청이 관여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어 각 구역의 특성에 맞는 탄력적 조합운영을 어렵게 만들뿐 아니라 법치행정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